[CEO&]몸집보다 내실… 불황 뚫고 지속성장 신화 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작지만 시장 주름잡는 성공비결은 ‘선택과 집중’
큰 기업보다 아름다운 ‘은둔의 강자’ 현장 속으로

#1. 경기 김포시에 있는 ㈜동인기연은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은둔의 강자’다. 전형적인 제조 기업이지만 알고 보면 소리 없이 강하다. 회사 규모도 크고 경영 실적도 준수하다. 미국과 캐나다, 스위스, 일본 등지의 해외 최고급 아웃도어 브랜드에 등산배낭을 공급하는 이 회사는 연간 700만 개 이상의 아웃도어 용품을 생산한다. 필리핀과 베트남에 7개 공장을 거느리고 지난해 매출 1353억 원을 기록했다. 세계 배낭 ODM시장에서 ㈜동인기연의 점유율은 약 40%로 1위다.

#2. 자동차 브레이크 페달과 클러치, 액셀 페달 등에 들어가는 핵심 센서를 만드는 ㈜트루윈은 불황 속에서도 지난 5년간 매출액이 6배로 껑충 뛰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포드와 GM 등 유수의 완성차 업체에 핵심 센서를 독점 납품하는 이 회사는 최근 블랙박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에 과감히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막강한 ‘실탄(현금)’과 기술경쟁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회사는 신사업 부문에서도 선두업체를 3년 안에 추월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이렇듯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틈새시장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며 시장을 주름잡는 기업들이 있다. 불황을 뚫고 잘나가는,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엄청난 성장세를 과시하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세상에 알려진 성공 사례나 뛰어난 경영 사례는 대부분 대기업에 관한 것이지만, 현실에서 경제의 큰 부분은 중소기업들이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을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세계화의 중요한 동력인 ‘숨은 챔피언’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독일은 인구가 미국의 4분의 1, 일본의 3분의 2이지만 미국보다 20% 이상, 일본보다 2배 이상 수출하는 저력을 보인다. 이유는 중소기업이 강하기 때문. 중소기업이 경제 주축을 이루고 있다. 기업 특허 혹은 발명건수의 60%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나올 정도다. 중소기업이 ‘라인 강의 기적’을 주도한 셈이다.

강한 중소기업의 중요한 가치는 거창한 경영학 이론으로 빚어진 산물이 아니라 오너들의 통찰력과 판별력, 추진력이 섞여서 빚어낸 현장경영의 진수를 맛보게 해준다는 데 있다. 작지만 강한 기업들은 이른바 경영 대가들의 가르침이나 한 시대에 유행하는 경영 풍조와는 사뭇 다르게 행동하고, 대기업과도 다른 방식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품질과 기술은 기본이다. 그들은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면서 결연한 자세로 고객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많지 않은 자원으로 획기적인 혁신을 이루어낸다. 또 경기가 좋을 때도 사업 규모를 늘리기보다 본업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주력했다. 아울러 외부차입금을 줄여가는 다이어트 경영전략을 구사한 것도 공통점이었다. 또 눈앞의 실적보다는 장기적인 성과를 중시하면서 거래처와 오랜 신뢰를 쌓아온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대기업이 기업 확장에 관심을 가질 때 외형보다 내실, 결과보다 과정, 외부의 평가보다 자기 자신과 조직원의 만족에 가치를 두는 회사를 꿈꿨다. 특히 직원을 가족처럼 포용하는 리더십은 회사를 강한 체질로 바꿨다. 급여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종신고용을 보장해 이직률이 낮은 회사가 많다. 철저한 실력우선주의도 한몫했다. 능력에 대해서는 확실히 보장해준다는 얘기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작지만 강한 기업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1등 기업에 대한 관점은 누구나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내실을 탄탄히 하며 한 분야에서 조명을 받는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생소하지만 시장을 압도적으로 지배하며 불황을 뚫는 각 분야의 숨은 리더들, 규모는 작지만 강철같이 강한 기업들의 경영현장으로 들어가 본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