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업체 ‘거위털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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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털값 올라 겨울패딩값 올리자니 “가격거품 비난 또 불거질라” 우려
캠핑업체 ‘스노우피크’는 인하 결정

아웃도어업계가 올 가을겨울 신상품 다운패딩 점퍼 가격 인상과 관련해 눈치 보기에 나섰다. ‘가격 거품’ 논란에 휩싸였던 유명 캠핑제품 제조사 스노우피크가 11일 전격적으로 제품 가격 인하를 단행한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까지 아웃도어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다운패딩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중국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거위털 공급량이 줄어 원가가 30% 정도 올랐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었다. 실제로 최근 코오롱은 다음 달 시판할 예정인 다운패딩의 가격을 지난해보다 4∼5% 올리기로 했다. 블랙야크도 신상품 가격을 5.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12일 아웃도어업계에 따르면 스노우피크의 가격 인하 이후 많은 업체가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쪽으로 돌아섰다.

업계 1위인 노스페이스는 이번 주에 다운패딩 가격 인상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지만 동결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엔 가격을 올리지 못했지만 올해는 원자재 가격이 대폭 인상돼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하지만 여러 요인을 감안해 가격을 소폭 올리거나 동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초 고가(高價) 전략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이후 가격 인상을 미뤄왔다.

네파는 ‘중·경량 구스다운’ 제품 가격을 평균 5%가량 인상하는 대신 가격이 50만 원 이상인 ‘헤비다운’ 제품 가격은 지난해와 똑같이 유지하기로 했다. 이런 ‘이중 전략’ 역시 여론의 반응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다운패딩 제품은 아웃도어업계의 효자상품으로 전체 매출의 20%가량을 차지한다. 강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겨울에는 일부 헤비다운 제품이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웃도어업계는 2011년 패딩 제품에 대한 고가 정책이 가격 거품 논란을 불러일으킨 후 가격 인상을 자제해왔다. 올해는 겨울에 혹한이 다시 찾아온다는 예보로 호황이 예상되는 데다 원자재 가격까지 오르자 자연스레 가격 인상이 이슈가 되는 분위기였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주요 업체들은 미리 싼 가격에 다운 물량을 확보해 둬 실제 원가 인상요인은 업계 주장보다 적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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