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체면 구긴 신세계, 김해선 롯데 눌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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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공항 면세점 새 운영자 선정

유통업계 최대 라이벌인 롯데와 신세계의 두 번째 정면승부에서 신세계가 승리를 거뒀다. 신세계는 올해 4월 인천종합터미널 용지를 놓고 롯데와 벌인 1차 공방전에서 패한 바 있다.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는 김해공항 국제선 면세점(DF1 구역·면적 651m²) 임대에 대한 전자입찰 결과 신세계가 새로운 운영자로 선정됐다고 30일 밝혔다. 이 면세점은 지난 5년 동안 롯데가 운영해왔다.

신세계의 이번 승리는 숙원사업인 면세점 부문 강화 외에, 인천에서 롯데 때문에 구겨진 체면을 살리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신세계는 인천종합터미널 용지를 둘러싼 대결에서 롯데에 패해 1997년부터 운영해오던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의 사업권을 내놓아야 했다.

신세계는 이번 김해공항 면세점 입찰가로 640억 원의 연간 임차료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운영자인 롯데의 연간 임차료(500억 원)보다 140억 원 많은 액수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항 면세점 사업권이 없는 신세계가 경쟁업체보다 공격적으로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종 중 유독 면세점사업에만 진출하지 못했던 신세계는 지난해 9월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처음으로 인수할 때도 경쟁업체보다 크게 높은 입찰금액(연간 임차료 931억5000만 원)을 써내 사업권을 따냈다. 신세계 관계자는 “면세점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숙원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면세점 업계 5위인 신세계는 김해공항 입점을 통해 업계 3위로 올라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시장 점유율 순위는 롯데, 신라, 동화, 워커힐, 신세계 순이다.

김해공항 면세점은 지난해 매출이 1600억 원으로 시장 점유율이 2.6%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인 방문객 수가 크게 늘어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김해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227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나 늘었다.

게다가 백화점, 대형마트와 달리 면세점 사업은 ‘불황의 무풍지대’로 불리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10년 4조5000억 원이던 국내 면세점 업계 매출규모는 지난해 6조3000억 원에 이르렀다.

신세계의 김해공항 면세점 인수를 계기로 롯데와 신세계의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부산·경남 지역은 전통적으로 롯데의 ‘본거지’로 불려온 곳이란 점에서 신세계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신세계 측은 “센텀시티와 부산·경남 지역의 백화점 및 마트, 아웃렛, 면세점들을 연계해 최대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의 공방전은 곧 아웃렛 부문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지난달 경남 김해시에 아웃렛을 확장 오픈한 데 이어 9월에는 신세계가 부산 기장에 프리미엄 아웃렛을 연다. 12월에는 롯데가 경기 이천시에 국내 최대 규모의 프리미엄 아웃렛을 열어 업계 선두주자인 신세계와 격돌할 예정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롯데 백화점#신세계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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