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섬유기업 손잡고 수출전문가 양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ZARA와 GAP도 알고보면 모두 우리옷… 섬유산업, 박봉에 보따리장사 아니에요”
원사-직물 특성부터 무역실무 교육, 현장전문가로 키워 中企 바로 채용

섬유수출 전문가 과정 수강생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에서 섬유업계 전문가인 전귀상 성균관대 겸임교수(오른쪽)의 수업을 듣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섬유수출 전문가 과정 수강생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에서 섬유업계 전문가인 전귀상 성균관대 겸임교수(오른쪽)의 수업을 듣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우리는 더이상 박봉 받는 ‘보따리 장사’가 아니에요.”

명성텍스의 박양순 전무는 10여 년 전부터 취업박람회처럼 구직자들을 만나는 자리에 가면 항상 이렇게 강조했다. 섬유산업을 바라보는 구직자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어서다.

국내 섬유기업들은 1990년대 이후 인도네시아, 베트남, 파라과이 등 해외 곳곳에 법인을 두고 그곳에서 만든 옷을 스페인의 자라, 미국의 갭, 월마트 등에 공급하며 꾸준히 성장해 왔지만 섬유산업을 사양산업으로 보는 시선은 여전했고, 구직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인력 부족은 섬유기업들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국내 본사와 해외 공장, 외국 바이어를 만나며 거래하는 수출 전문가를 찾기는 어려웠다. 1년에 채 10명이 안 되는 신입사원을 뽑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자체 교육과정을 갖추기도 쉽지 않았다. 섬유업계 관계자들은 “초봉이 2000만 원대 후반에서 3000만 원대 중반인데도 중소기업이라고 입사를 꺼리더라”라며 하소연했다.

이런 사정을 전해 들은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초부터 섬유업계의 고민을 풀어줄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한덕수 무역협회 회장도 “해외 일자리를 창출하고 회원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보자”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는 구직자와 기업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무역마스터, 정보기술(IT)마스터 등 취업과 연계된 기존 교육 프로그램과 유사한 섬유업계 전문가 양성 과정을 열기로 했다.

문제는 커리큘럼이었다. 다른 프로그램은 여러 해 운영하면서 쌓인 강사 풀이나 노하우 덕분에 자체적으로 강좌를 열 수 있었고, 한정된 영역이 아니라 무역회사라면 어디서든 도움이 되는 내용을 가르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섬유수출 전문가 과정은 달랐다. 무역 실무나 비즈니스 외국어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원사(原絲)나 직물의 특성부터 옷을 만드는 과정까지 꿰뚫을 만큼 깊은 지식을 가르쳐야 했다. 이러한 내용을 잘 알고 있는 강사를 섭외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때 연 매출 1조 원이 넘는 세아상역, 한세실업, 한솔섬유 등이 손을 내밀었다. 이 기업들은 탄탄한 신입직원 교육 과정도 자체 운영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사의 신입직원 교육 과정을 무역협회에 제공하고 강사 섭외도 기꺼이 도왔다.

무역협회는 5월 ‘섬유수출 전문가 과정’ 개설을 공식적으로 알리고 수강생을 모집했다. 약 200명의 지원자 중 40명을 추려 이달 초부터 수업을 시작했다. 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 4학년 이주엽 씨(26)는 “전문적인 내용을 익혀 현장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며 “스펙 쌓기에 골몰하며 대기업 취업 준비를 하는 친구들보다 나은 선택임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조선대 영문과 4학년 한혜정 씨(22·여)도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울 때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며 “빨리 원단 뭉치를 들고 세계를 누비고 싶다”며 웃었다.

수강생들은 5개월간 섬유수출에 필요한 과정을 체계적으로 배울 예정이다. 11월이 지나면 섬유수출 기업의 해외법인에서 일할 ‘수출 전문가’가 된다. 김일산 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 부장은 “이미 20여 개의 중소기업이 수강생을 직원으로 선발하겠다고 약속할 만큼 인기가 많다”며 “인재를 원하는 기업과 취업에 목마른 구직자를 연결시켜 모두가 ‘윈윈’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수출전문가#무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