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서 막내까지 1박2일 ‘소통 캠핑’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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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들 갈등해소 프로그램 다양

30대 중반의 직장인 A 씨는 대기업 계열사에 근무하다가 인터넷 기업 B사로 이직한 뒤 문화적 충격을 경험했다. 20대 직원이 대부분인 B사는 여러 세대가 모인 대기업과 문화 자체가 달랐다.

팀장 직책을 맡은 A 씨는 생일을 맞은 부하 직원을 축하하기 위해 저녁 자리를 마련했다.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맥주로 건배하며 분위기를 띄웠으나 주인공은 내내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30분쯤 지났을까,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부하 직원을 붙잡고 A 씨는 “너를 위해 이 자리를 만들었는데 이러면 되느냐”고 꾸짖었다. 그러자 해당 직원은 “오늘 같은 날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게 놔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되레 항의했다.

A 씨는 “팀원들을 가족처럼 여기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했는데 20대 팀원들은 그게 아닌 것 같더라”며 “태평양처럼 넓은 가치관과 시각차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다른 세대가 한데 모여 일하면서 생기는 오해와 반목이 잦아지자 주요 대기업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적잖이 노력하고 있다.

삼성생명에 입사한 신세대 직원들은 매년 의무적으로 까마득한 선배 직원들과 캠핑을 떠나야 한다. ‘소통 캠프’로 불리는 이 행사에선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 부서의 임직원 7명이 한 조가 돼 1박 2일 동안 시간을 보낸다.

회사에서 한 테이블에 앉아 대화하기도 어려운 이들을 억지로 붙여 놓는 소통 캠프는 박근희 부회장이 제안해 지난해 시작됐다. 회사 측은 “나이와 성별을 뛰어넘어 서로 이해하고 대화하도록 만들어야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직원과의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고위직 간부들을 재교육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초부터 임원으로 승진한 간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 ‘권한을 남용하지 말라’는 등 ‘해서는 안 되는 일(Not to Do)’을 가르치는 강좌를 추가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임원으로 커오는 동안 ‘할 수 있는 일(To Do)’만 배운 사람들에게 후배와의 소통부터 조직관리까지 리더로서 자제하고 참아야 하는 일을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기업들은 일찌감치 세대 갈등을 없애고 조기에 회사를 떠나는 신세대를 잡을 해법을 찾고 있다. 일본의 환경위생회사인 아산테는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부터 2, 3년차 직원과의 소통을 유도한다. 선배 직원들은 아직 입사도 하지 않은 후배들 앞에서 질책을 받다가 상사를 때릴 뻔한 이야기 등 솔직한 얘기를 털어놓는다. 이 덕분에 30∼40%이던 이 회사의 신입사원 이직률은 10%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P&G는 자존감이 강한 신세대들이 윗사람과의 소통 문제로 좌절하고 회사를 떠나지 않도록 ‘얼리 리스폰서빌러티(early responsibility)’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입사 초기에 중요 프로젝트를 맡겨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게 하려는 것이다.

김용석·김지현 기자 nex@donga.com
#기업#세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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