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TX조선 협력사 2100억 어음 만기연장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당국 “부도위기 中企 숨통 틔워줘야” 시중은행들 “부담 커져” 강력 반발

STX조선해양 자금난으로 덩달아 위기에 몰린 협력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금융 당국이 2100억 원 규모의 어음 만기 연장을 추진한다. 부도 위기에 처한 중소 협력업체들의 숨통을 다소나마 틔워줄 수 있겠지만 시중 은행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STX조선해양에 지급된 채권은행들의 긴급자금이 정작 사정이 급한 중소 협력업체들에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의 만기를 연장해 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STX조선해양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이를 위해 최근 주요 시중 은행의 기업대출 담당자들을 만나 당국의 이 같은 방침을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을 지원하고 있으므로 협력업체들도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며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2100억 원 규모의 담보대출 만기를 순차적으로 연장해 협력업체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이달 말로 예정된 채권단과 STX조선해양 간의 자율협약에 협력업체 대출 만기 연장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 간 거래(B2B) 전자어음으로 불리는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이란 협력업체가 해당 대기업으로부터 미래에 받을 돈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중소 협력업체 A사가 STX조선해양에 10억 원어치를 납품했을 때 STX조선해양이 대금을 어음으로 지급하면, A사는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10억 원을 빌린다.

만약 STX조선해양이 A사가 빌린 돈을 만기일까지 못 갚으면 은행은 ‘대출금 연체’를 이유로 A사에 채권을 추심한다. 은행들이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으면 중소 협력업체들은 STX조선해양이 연체한 돈을 대신 갚아야 하므로 ‘도미노 부도’가 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중소기업 지원책의 일환으로 재무구조개선약정(워크아웃)에 들어간 대기업 협력업체에 길게는 130일까지 만기를 자동으로 연장해 주고 있지만, 자율협약을 맺은 대기업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이를 채권단 자율에 맡기고 있다.

금융 당국의 이 같은 방안에 대해 담보대출을 해준 시중 은행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STX조선해양 대출금도 연체돼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협력업체 대출까지 만기를 연장해 주면 은행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시중 은행의 한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STX팬오션 인수를 포기하는 등 지원에 소극적인 마당에 시중 은행에 희생을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STX#조선해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