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과연 근로시간 줄인다고 기업이 사람 더 뽑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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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험난한 고용률 70%

박창규 산업부 기자
박창규 산업부 기자
“내성적이던 아이가 요즘 부쩍 밝아졌어요.”

“일찍 퇴근해 영어학원에 가고 수영도 배워요.”

기자가 만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활용하는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급여는 10∼30% 줄었지만 여가가 늘어 만족한다는 반응이었다.

정부가 4일 발표한 ‘고용률 70% 로드맵’에는 이처럼 근로시간 단축으로 국민의 여가시간을 늘리고 새 일자리도 만드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11년 기준 1696시간)보다 420시간 많은 만큼 200시간만 줄여도 92만 명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근로시간을 줄인다고 정규직을 추가로 뽑을까요?”라며 의문을 표시했다. 정부 계획과 달리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한 공공기관에서 2011년 1명, 지난해 3명의 풀타임 정규직 직원이 주당 15∼35시간 일하는 ‘단시간 근로제’를 신청했지만 그들의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새 직원을 뽑지는 않았다.

하루 6시간 일하고도 풀타임 직원이 받는 급여의 90%를 보장받는 에어코리아의 사례는 정부가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60만 원을 지원한 덕분에 시간제 일자리 유지가 가능했다.

정부의 바람대로 2017년까지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5년간 238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중 40%는 4대 보험과 고용, 복지 등이 보장되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로 채우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정부가 모든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건 어렵다. 한 명이 맡던 일자리를 둘로 나누면 같은 비용으로 두 명을 고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1인당 고정비로만 최소 20%가 더 든다고 기업들은 주장한다.

결국 누가 비용을 부담하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정부는 약 6조 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보지만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로드맵에는 ‘고임금 임직원 임금 인상 자제 및 일부 임금 인상분을 재원으로 비정규직과 협력기업 근로자의 처우 개선에 활용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대기업과 근로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 기존 직원들의 임금 삭감을 통해 신규 인력을 뽑자던 MB정부의 ‘잡셰어링’ 정책도 신입 직원들의 불만만 키우고 실패로 끝났다. 정부가 기업들의 목소리를 새겨듣지 않는다면 고용률 70% 달성은 헛구호로 끝날지 모른다.

박창규 산업부 기자 kyu@donga.com
#근로시간#고용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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