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요즘 지경부, 부쩍 늘어난 ‘통상 챙기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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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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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경제부 기자
이상훈 경제부 기자
14일 오후 인천 부평구의 한 금속기계 제조업체에 윤상직 지식경제부 장관이 방문했다. 지경부의 수장이 산업현장을 찾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현장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자기 회사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업무를 맡고 있는 실무자라는 점에서 방문 현장의 분위기는 평소와 사뭇 달랐다.

“FTA를 활용하는 데 애로가 있으면 말씀해 달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업체 관계자들은 앞다퉈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부조직법 국회통과의 지연으로 아직 정식으로 통상업무를 시작하지 않은 지경부의 발 빠른 ‘FTA 챙기기’가 유난히 두드러지는 대목이었다.

조만간 산업통상자원부로 옷을 갈아입을 지경부 내의 요즘 화두는 단연 ‘통상’이다. 15년 만에 되찾은 업무인 만큼 어떻게든 관련 업무를 조기에 정착시키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그 때문인지 최근 지경부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에 ‘통상’이라는 말이 붙는 일이 잦아졌다.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의 일환으로 지경부와 한국가스공사가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진행해온 ‘천연가스 배관망 건설사업’에는 ‘산업·자원협력 통상의 첫 단추가 될 모델’이라는 수식어가 첨가됐다. 전형적인 포장 바꾸기다.

지경부가 이렇게 통상 챙기기에 열중하고 있지만 정작 눈앞에 닥친 통상현안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조직법 공방을 벌이는 국회 탓이라곤 해도 당장 이달 말 서울에서 열릴 한중일 FTA 1차 협상에 누가 협상대표로 나갈지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또 통상에 관심이 높아졌다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마련한 한 쪽짜리 ‘FTA 경제협력 강화’라는 국정과제 내용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관료들이 실속 없는 ‘업무영역 표시’에 골몰하는 이 순간에도 글로벌 통상지형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경쟁자들은 일제히 새로운 FTA 협상 추진에 나서며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자기자랑에 이용될 만큼 통상은 그리 호락호락한 영역이 아니다.

이상훈 경제부 기자 january@donga.com
#지경부#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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