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부하 팀 쿡 안 키웠다면 CEO 잡스도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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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로서 직급이 올라가면 해야 할 일이 점점 많아진다. 이 과정에서 아무리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내가 모든 일을 다 하는 게 이제 불가능해졌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시점이 반드시 찾아온다. 이때 모든 걸 다 할 수 없게 된 현실을 무시하고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하려는 리더는 과도한 업무의 수렁에 빠져들게 된다. 일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고 여기저기서 문제가 생겨 당황하게 된다. 급기야 부하, 동료, 상사와의 인간관계까지 악화될 수 있다. 결국 실패한 리더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반면 내가 모든 걸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인재를 뽑거나 부하직원의 역량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하는 스마트한 리더라면 이런 상황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창의적이며 뛰어난 리더라는 평가를 받았던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 예다. 잡스는 자신이 극도로 싫어했으며 우수하지도 않다고 생각했던 회사 운영관리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대신 팀 쿡이라는 부하를 키웠다. 스티브 잡스 덕분에 리더로 성장한 팀 쿡은 잡스가 여러 번의 병가를 신청하고 암으로 투병하던 시기에 그를 대신해 훌륭히 업무를 수행해 잡스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했다.

리더로서 성공하려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못한 일을 명확히 판단해 잘할 수 있는 일에 내 시간과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때 내가 잘할 수 없는 일들을 잘할 수 있는 부하들을 키우려는 노력을 병행한다면 직급이 높아지면서 경험하게 되는 딜레마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리더는 스스로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야 한다. 너무 세세하게 파악할 필요는 없다. 일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하고 싶어지는 일과, 아무리 중요한 일이고 큰 보상이 뒤따라도 마음이 내키지 않아 마지못해 하는 일은 무엇인지를 고민해보자. 가령 “나는 전체적인 방향 설정을 하는 데는 뛰어난 것 같은데 디테일을 챙기는 게 좀 부족한 것 같아”라거나 “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능력은 있는데 실행력이 좀 부족한 것 같아” 등의 판단이 든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이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부하는 디테일을 잘 챙기는 능력이 뛰어난 유형과 일이 주어지면 빠른 속도로 실행을 잘할 수 있는 유형이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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