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살림살이 돕자고 부활한 재형저축, 가입자격 허점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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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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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 안내는 일용직-주부는 NO… 억대연봉 휴직자-부잣집 도령 YES

저소득층을 위한 금융상품인 재형저축에 소득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고소득자나 거액 자산가도 가입할 수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서민과 중산층의 재산 형성을 도울 목적으로 18년 만에 부활한 재형저축은 출시 첫날인 6일 16개 은행에서 27만9180계좌, 200억 원에 가까운 돈이 몰렸다.

재형저축은 이자소득세 15.4%(주민세 포함)를 물지 않는다. 연이율 4.5%가 적용되는 상품에 월 100만 원씩 7∼10년 동안 가입하면 같은 금리의 일반 상품보다 180만∼380만 원 더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형저축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지만 연간 급여 5000만 원 이하 직장인, 종합소득 3500만 원 이하의 자영업자 등 가입 자격에 허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 과장인 강모 씨(34·여)는 연봉이 7000만 원을 넘지만 재형저축에 가입했다. 지난해 출산 및 육아휴직으로 6개월가량 회사를 쉰 덕분이었다. 원래 소득으로는 가입할 수 없지만 휴직에 따라 연봉이 약 4000만 원으로 줄면서 가입자격을 얻었다. 강 씨처럼 일시적으로 수입이 줄어든 직장인들도 2015년까지 재형저축에 가입할 수 있다.

사업자로 등록한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지난해 소득이 적은 경우도 재형저축에 가입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년도 소득만 볼 게 아니라 직전 3∼5년 평균 소득으로 가입자격을 정하는 게 형평성에 맞다”고 말했다.

주택 소유 등 재산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직장인 이모 씨(31)의 지난해 연봉은 5000만 원을 조금 넘었다. 그는 “연봉이 약간 오르면서 재형저축에 가입할 수 없게 됐다”며 “부모의 도움으로 내집을 장만해 결혼한 친구가 연봉 기준에 따라 재형저축에 들었는데 솔직히 배가 아프다”고 말했다.

신규 가입이 중단된 장기주택마련저축은 무주택자이거나 국민주택(85m²) 규모 이하인 기준시가가 3억 원 이하 가구주 등으로 자격을 제한해 형평성 문제를 피했다.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일용직 근로자나 청년백수, 주부들은 재형저축에 가입할 수 없다. 반면 중산층과 자산가들은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자녀들에게 재형저축을 만들게 한 뒤 돈을 대신 내주는 방식으로 편법 상속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은행 PB팀장은 “자녀를 재형저축에 가입시킬 방법을 문의하는 자산가가 많다”고 귀띔했다.

고금리나 비과세 혜택이 고소득층의 재산 증식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도록 재형저축 가입자격을 개선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재형저축은 자격 기준이 단순해 상품의 취지에 맞지 않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최근 몇 년간 평균 소득을 활용하거나, 금리 등 혜택을 계층에 따라 차별화하는 식으로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재형저축#저소득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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