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마중물 투자’ 쏟아붓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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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50조-현대차 14조… 생산시설 늘리기보다는 R&D-M&A에 집중할 듯

국내 주요 그룹들이 올해 투자를 연구개발(R&D)과 기업 인수합병(M&A)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위험을 안고 생산시설을 늘리기보다는 연구인력과 R&D 시설 확충, 신규사업 M&A를 늘려 위기 이후에 대비하려는 의도에서다.

15일 동아일보 산업부가 10대 그룹의 올해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30대 그룹으로 범위를 넓혀도 비슷하다. 30대 그룹의 올해 투자계획을 조사 중인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30대 그룹의 R&D 투자가 전년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삼성그룹 전체 투자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였던 25조 원대 투자를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중국 쑤저우(蘇州), 시안(西安) 등에 대형 투자를 했기 때문에 올해는 생산시설을 크게 늘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 대신 R&D 분야 인재 확보와 설비 확충에 9조 원 이상을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신규사업을 찾는 조직을 신설하고 M&A도 크게 늘린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나머지 계열사도 전년 수준을 유지해 그룹의 총 투자액은 작년보다 늘어난 50조 원 안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적 경영을 선언한 현대자동차그룹도 대규모 설비 확장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지난해와 비슷한 14조 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올해는 자동차 부문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에 따른 생산라인 업그레이드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전체 투자액 14조 원 가운데 10조 원가량을 그룹의 미래가 걸린 하이브리드 차, 전기자동차, 수소연료전지 차 등 자동차 R&D에 쏟아 부을 예정이다.

SK그룹은 해외광구 투자와 에너지기업 인수 등 대형 투자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16조∼17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측은 SK하이닉스 인수, SK텔레콤의 롱텀에볼루션(LTE) 통신망 구축 등 대형 투자가 일단락된 만큼 핵심기술 개발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SK는 지난해 19조1000억 원의 투자계획을 세웠으나 대형 M&A가 취소되는 바람에 실제 투자액은 16조 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년 대비 19% 증가한 20조 원의 투자 금액을 확정한 LG그룹은 마곡산업단지 R&D센터 설립 등 R&D 투자를 지난해보다 1조 원 늘려 잡았다. LG그룹은 휘는 디스플레이, 투명 디스플레이, 자동차용 연료전지 등 수년 뒤 시장이 만개(滿開)할 분야의 인재 및 핵심기술 확보에 6조 원을 쓰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와 비슷한 6조∼6조5000억 원 또는 이를 약간 웃도는 수준의 투자 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며 지난해의 하이마트 인수 같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8조7000억 원을 투자한 포스코는 철강 경기가 좋지 않지만 투자와 채용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도 지난해와 비슷한 1조90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수립 중이다. 친환경 및 고연료소비효율 선박 개발과 해저생산설비 분야 R&D에 주력할 계획이다. GS와 한진그룹은 작년과 비슷한 3조 원 규모의 투자를 각각 검토 중이다.

두산그룹은 경제 회복기에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R&D 위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이미 결정된 투자를 충실히 집행할 계획이다.

김용석·정효진·김현수 기자 nex@donga.com
#삼성#R&D#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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