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 국내 패션 이어 화장품까지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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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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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은행 -M&A업계에 제휴문의 쇄도

국내 패션 및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차이나 머니’의 관심이 뜨겁다. 막대한 자본과 거대한 중국 내 유통망은 갖고 있지만 자체 브랜드가 부족한 중국 기업들이 한국 브랜드를 탐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차이나 머니의 한국 패션 브랜드 인수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중국 디샹그룹이 ‘BNX’ ‘카이아크만’을 판매하는 아비스타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에 앞서 11월에는 더신화의 ‘인터크루’ 캐주얼 브랜드가 중국 안나실업에 넘어갔다.

새해 들어서는 3일 ‘블루독’ 등을 운영하는 매출 1500억 원대 서양네트웍스가 홍콩의 리앤드펑 그룹에 매각됐다. 리앤드펑은 지난해 세계적인 프랑스 고급 브랜드 ‘소니아 리키엘’을 인수하는 등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매출 200억 달러(약 21조 원)의 대기업이다.

○ 차이나 머니, 다음 타깃은 ‘화장품’

국내 투자은행(IB) 및 인수합병(M&A) 업계에서는 차이나 머니의 다음 타깃이 화장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실적이 탄탄해 매물로 잘 나오지 않지만 지분 인수나 재무적 투자 등의 방법을 문의하는 중국 기업들이 줄을 섰다는 것이다.

한 IB 관계자는 “최근에만 한국 화장품 기업을 연결해 달라는 요청이 5, 6건 정도 왔다”며 “화장품 기업은 패션업체에 비해 실적이 더 좋은 편이라 몸값이 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은 전성시대는 지났지만 저력 있는 한국 중견 화장품 업체들의 신생 브랜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주로 ‘중국 시장에서의 영업망을 가동해 성장을 도와주겠다’고 한국 기업을 설득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 관심을 보이는 중국 회사들은 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통해 규모를 키운 수출기업이 많다. 라이선스를 통해 유럽과 미국 브랜드를 팔아 왔지만 사운을 걸고 중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면서 자기 브랜드의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수출기업들도 해외 경기가 악화되면서 내수시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2, 3년 동안 한국 패션과 화장품 브랜드 인수에 열을 올리다 아웃도어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홍콩에 본부를 두고 있는 사모펀드 유니타스는 한국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에 190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 “인수 아닌 전략적 제휴, 중국 매출 1조 원 목표”

IB 업계와 패션 업계는 중국 디샹그룹이 아비스타를 인수한 사례를 보면 중국 기업의 한국 브랜드에 대한 갈증을 엿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을 보장해 주면서 프리미엄을 얹어 지분을 살 정도면 중국 기업이 얼마나 한국 패션 브랜드를 인수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아비스타는 8일 김동근 대표가 주리화 디샹그룹 회장과 함께 비전 선포식을 열고 2020년까지 중국 매출 1조 원 달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아비스타 관계자는 “중국 시장 선점이라는 회사의 미래를 위해 최대주주 자리를 디샹그룹에 넘겨준 것으로 전략적 제휴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비스타는 당장 중국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상반기에도 중국 회사의 한국 기업 인수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현수·박선희 기자 kimhs@donga.com
#차이나머니#국내패션#화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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