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 대신 공유하는 소비행태… 공유경제 확산돼야 행복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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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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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익적 벤처투자자 크레이그 샤피로 내한

플레이플래닛 제공
플레이플래닛 제공
지난해 세계 177개국 224만 명의 소비자는 십시일반으로 3억1978만 달러(약 3391억 원)를 모아 아이디어 하나만 갖고 사업을 시작한 창업가들을 후원했다. ‘킥스타터’라는 미국 벤처기업 얘기다. 이 덕분에 스마트폰에 연결해 문자메시지나 e메일을 확인하는 손목시계를 만든 발명가 등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완성했다.

장보기, 애완동물 돌보기 같은 심부름을 대신하고 돈을 버는 ‘태스크래빗’이란 서비스도 지난해 13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킥스타터와 태스크래빗은 모두 창업 초기에는 “푼돈 모아 벌이는 사업은 성공할 수 없다”며 외면 받던 회사들이다.

이런 회사들만 골라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컬래버러티브펀드의 창업자 크레이그 샤피로 대표(사진)가 9일 한국을 찾았다. 그는 컬래버러티브펀드를 세우기 전 모바일 벤처기업 모블리에 투자해 세계 최대 소셜커머스 업체인 그루폰에 매각했고 페이스북에 초기 투자해 큰 수익을 내 미국 실리콘밸리의 주목을 받았다.

컬래버러티브펀드는 킥스타터나 태스크래빗 같은 ‘공유경제’ 기업에만 투자한다. 공유경제란 대기업이 만든 제품을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기존의 행태와 달리 소비자들이 가진 재화와 재능 등을 나누는 새로운 경제 트렌드다.

샤피로 대표는 이날 다음의 창업자 이재웅 대표가 세운 국내 벤처캐피털 SOPOONG를 방문해 국내 공유경제 기업가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방한한 목적을 제휴 및 투자기회 모색이라고 했다.

샤피로 대표는 “과잉소비로 인한 자원 낭비, 불황과 급격한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방안이 바로 공유경제”라며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가 많고 인터넷이 발달해 공유경제 기업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성공해 큰돈을 벌면 그 자체로 사회에도 큰 도움이 돼야 한다는 투자원칙을 갖고 있다고 했다. 펩시콜라와 넷플릭스를 예로 들며 “펩시는 건강에 나쁜 콜라를 팔아 돈을 벌고 난 뒤 사회공헌활동을 하지만 넷플릭스는 돈을 벌면 벌수록 DVD 생산량을 줄이고 자원을 절약해 사회에 도움이 되니 이윤추구가 곧 사회를 개선하는 셈”이라며 “넷플릭스 같은 기업을 찾는 게 내 일”이라고 강조했다.

샤피로 대표는 킥스타터, 태스크래빗 외에도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 최고경영자(CEO) 등이 1390만 달러를 투자한 겟어라운드(자신의 차를 이웃에 대여해 돈을 버는 서비스)나 스킬셰어(자신의 전문지식을 남에게 가르치는 서비스) 등에도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 모두 소비자들이 자신의 재화와 기술을 다른 소비자들과 공유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날 만난 국내 공유경제 기업들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개인들이 책을 한곳에 모은 뒤 서로 빌려보는 ‘국민도서관 책꽂이’ 서비스에 대해서는 “아주 독특한 모델”이라며 감탄했다. 또 평범한 개인이 여행가이드가 되도록 돕는 ‘마이리얼트립’ 서비스에는 “여행가이드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젊은 사람보다는 건강하지만 직장생활은 그만둔 경험 많은 은퇴자를 끌어들이는 게 좋겠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샤피로 대표는 자기 집의 남는 방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가 힐턴호텔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린다는 것을 예로 들며 “미국에서도 공유경제 기업들이 처음 나왔을 땐 한때 유행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플레이플래닛#크레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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