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업]열정이 펄펄 끓는다, 미래 한국의 녹색그림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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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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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신사업개발에 나선 대한민국 에너지 기업들


최근 현대오일뱅크는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이용해 연간 500억 원의 비용을 줄였다. 충남 대산공장에 총 사업비 1000억 원을 투자해 최첨단의 열공급설비(FBC)를 설치한 덕분이다. FBC는 석유 정제 과정의 찌꺼기인 석유코크스를 연료로 사용해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다.

이 회사는 2014년까지 추가로 FBC를 준공해 인근의 대산석유화학공단에 열과 전기를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FBC 추가 건설은 장기적으로 다양한 에너지사업 분야로 진출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미래의 신성장동력이 절실한 가운데 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 삼성그룹 역시 미래의 신수종사업으로 에너지 분야를 꼽고 있다.

○ 조직 쪼개고 붙여 에너지사업


GS칼텍스는 올 초 GS에너지를 설립했다. 기존의 정유와 석유화학 사업은 GS칼텍스가 계속 해나가면서 가스와 전력, 자원개발, 녹색성장 사업은 GS에너지에 맡겼다. GS칼텍스는 6월 자회사 및 지분투자회사 일부와 유전개발광구 4곳, 충남 보령의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터,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연구개발센터를 1조1062억 원에 GS에너지에 넘기기도 했다. 또 2차전지의 핵심소재인 음극재와 양극재 등 탄소소재 사업과 폐기물 에너지화 사업, 연료전지, 박막전지 사업 부문도 GS에너지로 옮겼다.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해 왔던 사업들이 GS에너지로 이동한 셈이다.

이에 앞서 SK그룹도 에너지 사업을 총괄하던 SK에너지를 분할했다. 지난해 1월 SK이노베이션이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 3개의 자회사를 둔 지주회사로 출범했다. SK이노베이션은 GS에너지처럼 유전 개발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맡고 SK에너지는 정유, SK종합화학은 화학, SK루브리컨츠는 윤활유 부문을 맡는 구조다.

현대중공업은 기업 인수로 종합에너지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현대상사와 현대오일뱅크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이 회사는 덩치를 키웠다. 현대상사 내에 있던 자원개발 부문을 떼어내 현대자원개발을 설립하기도 했다. 최근 이 회사는 충북 음성공장 내에 226억 원을 투자해 태양광 연구개발(R&D)센터를 준공했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자원개발부터 열과 전기의 생산, 신재생에너지 개발까지 에너지산업의 전반을 아우르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태양광과 2차전지, 미래의 핵심사업으로

국내 기업 중 에너지 사업으로 최근 가장 주목받는 곳은 한화그룹이다. 태양광 산업이 부진한 가운데 글로벌 태양광 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에는 독일의 태양광 회사인 큐셀을 인수했다.

이에 따라 한화는 기존 한화솔라원의 중국 공장(생산 규모 1.3GW)과 한화큐셀의 독일 공장(200MW), 말레이시아 공장(800MW)을 합해 모두 2.3GW의 셀 생산능력을 갖춰 셀 기준 세계 3위의 태양광 사업자가 됐다. 한화 측은 “폴리실리콘부터 잉곳과 웨이퍼, 셀, 모듈, 발전시스템에 이르는 태양광 전 분야를 수직계열화해 글로벌 태양광 전문기업으로 도약할 기반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사업 투자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 회사는 9월 연간 전기차 1만 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 공장을 충남 서산일반산업단지 내에 총면적 5만3508m² 규모로 준공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현대·기아자동차 등의 전기차에 일부 배터리 완제품을 공급해왔지만 연구소에서 만든 시제품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2500억 원을 투자한 이번 서산 공장의 준공으로 본격적인 양산체계를 갖추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서산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고 해외에도 공장을 건설해 2015년에는 연간 전기차 15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수준까지 생산을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2차전지는 전력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인 스마트그리드 기술의 핵심이기도 하다. 2차전지를 대용량의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사용하면 필요에 따라 저장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꺼내 쓸 수 있다.

○ ‘에너지 절약’도 사업 기회

국내 기업들이 투자하는 또 다른 분야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소재 개발 및 관리시스템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30년까지 세계 경제는 2배가량 커지지만 여기에 필요한 자원은 40%밖에 충족되지 않는다. 결국 부족한 60%의 에너지는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효율 개선의 대표적인 곳은 건물의 냉난방 분야다. 단열만 제대로 해도 상당한 에너지를 절약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자재 전문기업인 LG하우시스는 독일의 유리기업인 인터페인과 합작해 연간 1000만 m²를 생산할 수 있는 로이유리 공장을 준공했다. 로이유리는 판유리 표면을 얇은 막으로 코팅한 제품으로 일반 판유리와 비교하면 50% 정도의 에너지 절감효과가 있다.

에너지 절감분야는 자동차와 같은 업종에서도 나타난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고유가가 지속되자 세계 자동차업계는 차체를 줄이고 에너지소비효율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다운사이징 경쟁에 돌입했다. 기름을 많이 먹기로 악명이 높았던 미국차들 역시 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포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면 으레 장착하던 2.5L 이상의 엔진 대신 최근 한국에 출시한 ‘포드 올뉴 이스케이프’에 1.6L와 2.0L 엔진을 달았다. 현대차의 아반떼에 들어갈 엔진이 싼타페 정도의 차량에 들어간 셈이다. 현대차 역시 기존 가솔린과 디젤차량의 연료소비효율(연비)을 향상시키면서 동시에 전기차와 수소연료전기차 등을 개발하고 있다. 화석연료 중심에서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운행할 수 있는 자동차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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