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 높이니 가뭄-홍수 시름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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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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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어촌공사 담수량 확대사업 ‘풍년 도우미’

“가뭄이 심했는데도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은 건 올해가 처음이에요.”

충남 청양군 장평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동학 씨(57)는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모내기를 앞두고 비가 오지 않으면 예전에는 하천을 파고 양수기를 설치해 논에 물을 댔지만 올해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최근 몇 년간 ‘봄 가뭄’을 겪으면서 모내기철만 되면 가슴을 졸였다. 그러나 한국농어촌공사가 인근에 위치한 ‘도림저수지’의 둑 높이기 공사를 지난해 12월 마무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둑이 높아지면서 330만 m³였던 저수용량은 383만 m³로 늘어났고, 모내기를 앞두고 물 수요가 치솟는 5월에도 80%가 넘는 저수량을 유지했다. 당연히 물 공급은 안정적으로 이뤄졌다.

충북 청원군 남일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신학식 씨(73)도 지난해부터 한시름을 덜었다. 매년 장마철이 되면 인근의 한계저수지 물이 넘쳐 논으로 밀려들까 봐 밤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농어촌공사가 인근 저수지의 제방을 2.3m 높여 100만 m³였던 저수용량을 156m³로 키우면서 모든 시름이 끝났다. 지난해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무려 553.9mm의 폭우가 쏟아졌지만 물은 넘치지 않았고, 장마철에도 저수율은 90% 수준을 밑돌았다. 신 씨는 “이제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홍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농어촌공사가 2008년부터 4대강 사업과 함께 추진해 온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이 가뭄 해갈과 홍수 방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이란 시설이 낡아 잦은 가뭄과 홍수를 겪은 전국의 저수지 110곳의 둑을 2∼15m씩 높여 담수량을 늘리는 공사다. 쉽게 얘기하면 물그릇의 크기를 키운 것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오래된 저수지를 다목적, 다기능 저수지로 탈바꿈시켜 홍수와 가뭄에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조기 완공된 20곳의 저수지는 올해 봄 가뭄 때 57%의 저수율을 유지해 전국 저수지 평균 저수율(45%)보다 약 12%포인트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4년 110곳의 공사가 모두 완공되면 전국적으로 약 2억4000t의 저수량이 추가로 확보될 것으로 기대됐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둑 높이기 공사가 끝난 공주의 계룡저수지는 주변 지역에 물을 공급하고도 남아 17km 떨어진 논산시에도 농업용수를 주고 있다”며 “둑 높이기 사업은 재해예방은 물론이고 수질 생태환경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가뭄#농어촌공사#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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