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內 에디슨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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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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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창의력이 회사 경쟁력” 직무발명보상제 속속 도입

지난해 열린 네오위즈게임즈의 사내 발명경진대회 수상자들. 이 회사는 직원들의 머릿속에 잠재돼 있는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보상책을 마련하고 있다. 네오위즈게임즈 제공
지난해 열린 네오위즈게임즈의 사내 발명경진대회 수상자들. 이 회사는 직원들의 머릿속에 잠재돼 있는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보상책을 마련하고 있다. 네오위즈게임즈 제공
“숨어있는 사내(社內) ‘에디슨’들을 찾아라.”

최근 ‘직무발명 보상제’를 도입해 직원들의 창의력을 끌어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직무발명 보상제도란 직원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개발한 발명이나 특허를 기업이 소유하고 그 대신에 해당 직원에게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는 제도다. 직원들의 연구개발(R&D) 의욕은 끌어올리고 기업은 지식재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윈윈’ 기회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 민간기업의 직무발명 보상제 도입 비율은 지난해 기준 42.6%로, 일본(2007년 기준 86.7%)보다 훨씬 낮다. 지난해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조사에서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47%가 “경영비용 증가 부담 때문에 직무발명 보상제를 도입하지 않았다”고 응답하는 등 아직까지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남들보다 발 빠르게 직무발명 보상제를 도입해 직원의 창의력을 우대해 온 일부 기업은 짧은 시간 내에 많은 특허를 출원하고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 게임업체인 네오위즈게임즈와 조명 중소기업 필룩스가 대표적이다. 매년 ‘직무발명 운영 우수기업’을 발표하는 특허청은 올해 최우수상에 네오위즈게임즈, 우수상에 필룩스 등 10개 업체를 선정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이를 토대로 등록된 지식재산권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2010년 직무발명 보상제를 도입하고 5명으로 구성된 전담 관리조직을 꾸렸다. 직원들은 꼭 개발부서 소속이 아니라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언제든지 이 팀을 찾아 특허 등록을 위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는 김민규 씨는 자사(自社)의 게임 포털사이트인 ‘피망’을 둘러보던 중 인기 게임 순위와 현재 접속 중인 친구를 한눈에 보여주면 편하겠다는 생각에 가상지도 위에 이를 표시해주는 웹 지도를 개발했다. 그는 이 아이디어로 지난해 사내 직무발명대회에서 2등을 차지해 상금 300만 원을 받았다.

고스톱 게임 마지막 판에 사용자에게 ‘고도리를 만드세요’ 등 미션을 주고 시간 내에 이를 달성하면 추가 포인트를 제공하는 ‘미션 고스톱’도 한 평범한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특허로 등록된 이 기술은 실제 게임에 적용된 이후 이용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다른 게임 경쟁사들도 잇달아 도입했다.

이 회사가 지난 2년간 직원들에게 뿌린 포상금은 2억8000만 원. 그 결과 과거 연간 24건에 그쳤던 직원들의 발명 및 출원 건수는 2010년 98건, 2011년 315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6월까지 259건이 출원 또는 특허 등록됐다. 이에 힘입어 회사 매출도 2009년 2772억 원에서 2010년 4301억 원, 2011년 6677억 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조명장치 개발업체인 필룩스도 ‘작은 기업일수록 지적재산권이 힘이다’라는 경영 방침에 따라 2008년부터 직무발명 보상제를 시행하고 있다. 매주 한 차례 각자 구상한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회의를 여는가 하면 출원 및 등록 성과를 인사고과와 연계한다. 2009년부터는 매년 사내 직무발명대회를 열고 있고 외부강사를 초빙해 다양한 지식재산권 교육을 실시한다. 필룩스 측은 “직무발명 보상제도를 시행한 이후 양질의 지식재산권을 확보한 덕분에 회사 매출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2007년 315억 원이던 이 회사의 매출은 2010년 401억 원, 지난해에는 479억 원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밖에 반도체장비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인 탑엔지니어링도 2005년 직무발명 보상제도를 도입한 뒤로 연 15건에 불과하던 특허출원이 200여 건으로 증가했다. 벤처기업인 마이크로인스펙션은 2006년부터 발명에 성공한 직원에게 실적에 따라 최고 1억 원까지 보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그 덕분에 국내 최초로 인쇄회로 검사 장비를 상용화할 수 있었고 이 장비는 2010년 회사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였다. 이직률 감소와 우수 인재 확보는 덤으로 얻은 효과다.

김호원 특허청장은 “직무발명 보상제도는 기업 및 연구기관의 기술 유출을 방지하고 기술혁신 창출을 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직원들의 창의력을 잘 관리하기만 해도 회사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네오위즈게임즈#직무발명보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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