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바우처 내년 도입’ 다시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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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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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시범사업비 20억 편성 대선후보들 공약에 포함, 일부에선 “과잉복지 우려”

일용직 근로자 김모 씨(45)는 아들, 부인과 함께 월세 30만 원짜리 다세대주택에 산다. 한 달 수입은 100만 원 남짓. 그에게 월세는 큰 부담이지만 실제론 20만 원만 내면 된다. 매달 정부에서 10만 원짜리 쿠폰(주택 바우처)을 받아 자기돈 20만 원과 함께 내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정부 지정 은행에 쿠폰을 내고 10만 원을 찾을 수 있다.

내년부터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 정부 출범 때부터 추진됐던 ‘주택 바우처’ 제도 도입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11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와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국토위는 이달 8일 실시한 2013년 국토부 예산심의 전체회의에서 주택바우처 시범사업비로 2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주택 바우처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긍정적인 반응이어서 도입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이 제도는 집 없는 서민에게 월세 일부를 쿠폰 형태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제도 시행 초기에 무주택 서민 1857가구에 매월 10만 원씩 지원될 것으로 예상한다.

주택 바우처는 현 정부 출범 때부터 추진됐고, 선거가 있을 때마다 공약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예산 부족이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무산됐다.

주택 바우처는 아니지만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한국에 ‘바우처(Voucher·증서 또는 상품권) 제도’가 도입된 것은 20년이 넘었다. 1991년 여성부가 4세 이하 자녀가 있는 저소득층에 월 6만3200∼35만 원의 보육료를 지급한 것을 시작으로, 문화 교육 농업 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 바우처 제도가 도입됐다.

주택 부문에 바우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되는 이유는 주거복지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공급자 중심의 임대주택 건설에서 수혜자에 대한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임대주택을 지을 땅이나 예산이 부족한 점도 주택 바우처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공공 임대주택 한 채를 짓는 데는 약 1억 원이 든다. 일정 금액의 바우처를 지급할 경우 비용이 감소하며 수혜자도 거주지를 선택할 수 있다. 임대주택 밀집지역의 ‘슬럼화’ 우려도 준다.

도입에 반대하는 논리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번 지급 대상이 되면 수혜자의 소득이 크게 늘지 않는 한 계속 줘야 해 장기적으로 막대한 예산이 든다는 주장이다. 수혜자의 소득, 자산의 파악도 쉽지 않다. 또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건설을 줄이는 대신 바우처 혜택을 늘리는 것을 권하지만 정치권은 양쪽 모두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과잉 복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주택 바우처 제도의 내년 도입 여부는 12일부터 열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에서 판가름 나게 된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주택바우처#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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