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1층 ‘명당자리’ 주인이 바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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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 루이뷔통-右 샤넬’ 탈피
카페-SPA매장 속속 배치

지난달 문을 연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층 초콜릿 카페 ‘고디바’. 외벽을 파내 만든 이색 카페다. 현대백화점 측은 “백화점을 지역 명소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제공
지난달 문을 연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층 초콜릿 카페 ‘고디바’. 외벽을 파내 만든 이색 카페다. 현대백화점 측은 “백화점을 지역 명소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제공
백화점 1층의 ‘명당자리’ 주인이 바뀌고 있다. 명품 브랜드를 유치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높이는 데 열중했던 백화점들이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실속형 소비자의 등장으로 1층을 ‘오픈형’ ‘카페형’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1층에 과감히 카페를 만들고 중저가 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SPA)나 남성 전용 명품도 늘리는 추세다. 여성 명품 소비의 신장세가 주춤하자 백화점 문턱을 낮춰 어떻게든 사람들을 끌어오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1층은 백화점의 첫인상이자 고객을 유인하는 중요한 자리라 현재 어떤 브랜드가 대세인지, 누가 백화점 매출을 이끄는지 볼 수 있는 지표”라며 “2000년대 초중반까지 1층에 ‘좌 루이뷔통, 우 샤넬’을 두는 것을 지상목표로 여기던 백화점들이 경기침체 속에서 젊은층과 남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변화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장 눈에 띄게 1층을 바꾸고 있는 곳은 현대백화점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점이다. 지난달 벨기에 고급 초콜릿 카페 ‘고디바’를 선보였다. 과거 식당가나 지하식품관에 들어갈 카페를 1층 명품 쇼윈도 인근에 배치한 것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쇼핑할 사람만 백화점에 온다는 인식을 깨고 젊은 고객이 모이는 지역의 명소로 만들기 위해 과감히 시도해 본 것”이라며 “고디바의 1호점이기 때문에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고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고디바 카페는 지난달 개장 후 1일 평균 700명이 찾아 하루에 5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도 지난달 리뉴얼 개장하면서 ‘롱&브레드’ 카페를 들여왔다. 롯데 부산 본점과 경기 분당점 1층에 들어온 캡슐커피브랜드 ‘네스프레소’ 매장도 독특하다. 특히 4월에 선보인 부산 본점의 네스프레소 매장은 이 백화점에 입점한 고가의 해외패션 브랜드 44개 중에서도 10위(월 매출 기준)에 오를 정도로 고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명품만 있던 1층에 커피매장이 생겨 무료 시음을 할 수 있게 되자 고객들이 쉬어가는 공간으로 보고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남성 명품이 백화점 1층에 속속 들어오는 점도 과거와 달라진 현상이다. 지난달 현대 무역센터점 1층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루이뷔통 남성라인 ‘루이뷔통 맨즈 유니버스’가 들어섰다.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에는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명품시계 ‘롤렉스’ ‘피아제’가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국내의 웬만한 인기 화장품 브랜드를 대규모로 들여오고 있다. 올 초 리뉴얼을 진행하면서 ‘을지로입구 전철역과 연결된 지하 1층도 사실상의 1층’이라며 지하에 화장품 브랜드 20여 개를 들여왔다. 중국인 관광객과 일본인 관광객들이 이 점포의 큰손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선보인 롯데 경기 평촌점 1층의 ‘지오다노’, 신세계 인천점의 ‘H&M’ 매장은 실속형 소비자를 백화점으로 이끌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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