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대포통장, 1년간 보이스피싱에 4만3268개 이용… 11월부턴 된서리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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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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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빌려준 사람도 처벌… 1년간 계좌개설 못해

약국 보조판매원으로 근무하는 문모 씨(36)는 급전이 필요했던 올해 8월 27일 휴대전화에 뜬 ‘대출 가능’이라는 문자에 반가운 마음으로 1000만 원을 대출받기로 했다. 문자를 보낸 곳으로 전화를 거니 ‘통장과 현금카드를 보내면 즉시 마이너스 통장으로 만들어 준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문 씨는 즉시 자신의 주거래 은행에서 통장과 현금카드를 신규로 발급받아 통화 상대자가 지정한 장소로 보내줬다. 그런데 이튿날 새로운 통장을 받기는커녕 문 씨가 보유하고 있던 모든 은행 계좌의 거래가 정지돼 있었다. 부랴부랴 은행에 수소문하니 전날 문 씨가 만든 통장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이용돼 취해진 조치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문 씨의 통장으로 보이스피싱 피해자 하모 씨가 275만 원을 입금했고, 1시간 10분 뒤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몽땅 빼갔던 것이다. 문 씨는 현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문 씨가 새로 발급받은 통장처럼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 동안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사용된 ‘대포통장’이 4만3268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은 연간 6만 개 이상의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이용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6일 현재 은행과 우체국, 새마을금고 등에서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 계좌 수는 모두 7100만 개. 1000개 중 1개꼴로 대포통장이 나돌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과 은행연합회는 30일 각종 금융 범죄에 활용되는 대포통장의 사용을 막기 위한 ‘대포통장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 대책은 11월 1일부터 시행된다.

대책의 핵심은 대포통장 명의자에게도 책임을 물어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것이다. 대포통장의 개설과 유통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앞으로 통장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이력이 있는 사람은 1년간 보통예금이나 저축예금 등 입출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예금계좌 개설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급여통장처럼 이용 목적이 명확한 때에는 계좌 개설이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신용카드 발급이나 대출 심사를 받을 때도 참고 자료로 활용돼 불이익이 주어진다.

조성래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국장은 “현재는 대포통장 명의인이 통장이나 카드를 양도하거나 매매하는 게 불법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면 통했지만 앞으로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을 만드는 절차도 까다로워진다. 금융기관은 통장을 만들어 줄 때 ‘통장의 양도와 매매는 불법’이라는 설명을 반드시 해주고, 개설자의 확인 서명을 받아야 한다. 이는 나중에 대포통장으로 쓰인 사실이 적발됐을 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근거로 활용된다.

단기간에 여러 계좌를 만들거나, 청소년이 통장 개설을 요청하면 금융거래목적확인서를 작성해야 한다. 외국인이 여권만 갖고 통장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 절차를 밟아야 한다. 금융기관은 확인서를 심사해 통장 개설 목적이 명확하지 않으면 개설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통장 개설 뒤 소액 입출금을 자주 반복하거나 외국에서 콜센터로 전화해 지급 정지 여부를 수시로 조회하는 ‘의심 계좌’에 대한 정보는 모든 은행이 공유하도록 했다. 조성래 국장은 “통장과 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때는 신중해야 한다”며 “특히 대출이나 취업을 미끼로 통장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절대로 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대포통장#종합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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