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싸고 품질 좋은데… 가입 상담원은 “통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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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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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100만명 시대의 명암
기존 이통3사 통신망 빌려 고객 모집비용 줄었지만 대리점 적고 콜센터도 불편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이오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런 안내를 15분째 들었다. 이모 씨(59)는 ‘알뜰폰’이 인기라는 얘기에 요금제는 어떤 게 있고 함께 살 수 있는 새 휴대전화는 뭐가 싼지 알고 싶었지만 결국 전화를 끊었다.

다른 알뜰폰 회사에 전화해도 상황은 똑같았다. “휴대전화 통화량이 적은 장년층에 특히 유리하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혹했지만 장년층을 위한 전화 안내 서비스는 미진했다. 인터넷으로 가입하면 전화 대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지만 이 씨는 인터넷이 불편하다.

정부가 소비자들의 통신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값싼 이동통신인 알뜰폰 가입자가 16일 기준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알뜰폰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기존 이동통신사로부터 제3의 사업자가 통신망을 빌린 뒤 이를 바탕으로 가입자를 모아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알뜰폰 서비스를 통해 통신사는 고객 모집 비용을 줄이면서 가입자를 늘릴 수 있고, 소비자는 싼값에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기대를 모았다.

알뜰폰 서비스는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의무적으로 정한 도매가격으로 원하는 업체에 통신망을 빌려주도록 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이 본격적으로 알뜰폰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KT와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과 비슷한 값으로 통신망을 빌려주기 시작했고 CJ헬로비전 등 대기업 계열사가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도 커졌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도 알뜰폰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힌 상태다.

알뜰폰은 이용료가 싸다는 것 말고도 기존 통신사의 망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통화품질이 SK텔레콤, KT 등과 동일한 게 장점이다. 예를 들어 기존 통신사에선 월 1만1000원의 기본료를 내는 반면 알뜰폰 회사는 기본료가 5500원이다.

값싸고 품질이 좋은 건 장점이지만 문제는 다른 서비스의 수준이 높지 않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가격에 민감한 노년층 등을 대상으로 영업하면서도 이 씨의 사례처럼 상담원과 통화하려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 콜센터 등 고객서비스에 많은 돈을 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온세텔레콤 관계자는 “최근에는 아파트 알뜰시장에 부스를 마련하는 등 소비자 접점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통신사의 보조금 경쟁도 알뜰폰 사업자를 위협하고 있다. 비싼 통신요금에도 불구하고 최신 스마트폰 등에 막대한 보조금을 주는 기존 통신사로 몰리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연간 8조 원 수준에 이르는 기존 통신사들의 보조금 규모를 작은 알뜰폰 업체들이 따라잡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속도가 빠른 최신 롱텀에볼루션(LTE) 통신망에는 의무적인 도매가격이 정해지지 않아 알뜰폰 사업자가 LTE 가입자를 모으려면 기존 통신사와 똑같은 요금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알뜰폰#장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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