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훗훗훗… 보험사는 한숨 푹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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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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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2.75%… ‘초저금리 시대’의 명암



대기업 임원을 끝으로 퇴직한 윤모 씨(62)는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부인에게 큰소리를 한 번 쳤다.

윤 씨는 아파트 전세보증금 올려 받은 돈 8000만 원으로 지난달 30년물 국채에 투자했다가 부인으로부터 “은행 이자보다 낮은 걸 왜 샀느냐”는 지청구를 들었던 터다. 국채 금리는 3.08%로 윤 씨가 거래하는 은행 정기예금 금리 3.40%보다 낮았다. 윤 씨는 이날 부인에게 “앞으로 기준금리가 더 떨어지면 국채 금리와 은행 금리도 역전될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기준금리가 더 떨어지면 은행 예금 금리는 같이 떨어지지만 윤 씨가 산 국채의 금리는 변함이 없다.

전업주부 전모 씨(40)는 내년 1월부터 요가를 배우기로 했다. 요가 강습비 ‘재원’은 내년 1월부터 줄어드는 대출 이자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국토해양부가 국민주택기금 대출이자를 12월부터 0.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 기금에서 1억2000만 원을 빌린 전 씨의 대출 이자는 월 5만 원 줄어든다.

초저금리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개별 경제주체들 사이에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시중금리에 연동되는 금융상품에 돈을 맡긴 사람들은 갈수록 주머니가 가벼워지게 됐다. 반면 하우스푸어 등 대출이 많은 사람들은 이자 부담이 다소 줄어들게 됐다.

시중은행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예금 금리를 소폭 인하하고 있다. 금리 인하폭은 약 0.04∼0.2%포인트다. 하나은행은 17일부터 일부 정기예금 금리를 0.1%포인트 내려 ‘369 정기예금’ 금리(1년제)는 연 3.4%(1억 원 이상 기준)에서 3.3%로 낮아졌다. 우리은행도 16일부터 ‘키위정기예금(2차)’ 금리를 0.2%포인트 내려 1년제 기본금리는 3.3%에서 3.1%로 조정했다.

기업들 사이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금융회사 중에서도 저금리로 가장 큰 고통을 겪는 곳은 보험회사다.

교보생명은 내년부터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는 ‘즉시연금’ 상품에 가입자가 몰리자 지난달 은행과 증권사를 통한 판매를 중단했다. 금리가 낮아져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마당인데, 즉시연금을 통해 너무 돈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2012회계연도 1분기(4∼6월) 생명보험사의 운용자산 이익률은 연 5.1%로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친 2008년의 연 4.8% 이래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012회계연도 전체로는 연 4%대 운용자산 이익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24개 생보사 가운데 7개가 1분기에 4%대 이익률(연 수익률로 환산)을 보였다. BNP파리바 카디프생명이 4.4%로 업계에서 가장 낮았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의 이 기간 운용자산 이익률도 4.7%에 그쳤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와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 수익률 하락이 이어지면서 역마진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역마진은 고객들한테 받은 돈으로 굴린 수익률이 고객에게 주기로 약정한 이자율보다 낮을 때 발생한다.

반면 일부 우량 대기업은 예금 금리보다 싼 이자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8월 3년 만기 채권을 2.98%에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8월 기준금리는 연 3%였으므로 기준금리보다 낮은 금리에 채권을 발행한 것. 롯데쇼핑은 7800억 원의 회사채 중 1000억 원을 대출 상환에 사용했다.

제일모직의 경우 지난달 3년물과 5년물로 모두 20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기존의 대출금리가 3.60%인 데 비해 발행금리가 3.17%(3년물)와 3.31%(5년물)여서 상당한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기준금리#초저금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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