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식 동부하이텍 사장 “아날로그 반도체 홀대하면 전자산업 위기 올수도”

  • Array
  • 입력 2012년 10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동부하이텍 제공
동부하이텍 제공
“아날로그 반도체를 홀대하면 한국 전자산업 생태계에 총체적인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최창식 동부하이텍 사장(사진)이 9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반도체산업 위기론을 주장했다. 한국이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세계 1위 국가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는 D램 같은 디지털 반도체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비(非)메모리 분야에 속하는 아날로그 반도체를 소홀히 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빛, 소리, 압력, 온도 등 각종 자연계의 신호를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게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기능을 하는데 고도의 기술이 있어야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나 LG전자도 아날로그 반도체만은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애플이 최근 출시한 ‘아이폰5’에 들어있는 22개의 반도체 가운데 아날로그 반도체는 19개에 이르지만 한국 기업이 만든 것은 없다. 현재 세계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은 미국이 55%, 유럽과 일본이 각각 21%, 20%를 점유하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적자를 감수하고 2008년부터 이처럼 쉽지 않은 분야에 도전했다. 지금까지는 계속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5년째인 올해 연간 단위 흑자를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최 사장이 있다. 그는 30년 동안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분야를 연구하다가 3월 동부하이텍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 사장은 “취임사에서 ‘생산량은 50%, 제품 개발 속도는 150% 높이라’고 주문했다”며 “내부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회의와 저항도 많았지만 현장과 일일이 소통하면서 함께 고민하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율(收率·정상제품 생산 비율) 관리 경쟁력을 가진 삼성전자의 생산 DNA를 동부의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에 이식한 것이다. 그 영향인지 동부하이텍은 영업이익에서 1분기(1∼3월)에 적자를 냈지만 최 사장 취임 이후인 2분기(4∼6월)에는 흑자로 돌아섰다.

그는 동부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전자회사 대우일렉의 인수에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동부하이텍의 아날로그 반도체와 동부의 다른 계열사에서 만드는 발광다이오드(LED), 전자재료 부품과 완제품(대우일렉)을 동시에 생산하면 시장을 선도할 시너지가 나올 것으로 믿습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오랜 희망은 삼성전자처럼 부품과 완제품을 동시에 갖춘 종합 전자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삼성 출신인 최 사장이 이 같은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최창식#아날로그 반도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