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없이… 한화그룹 ‘쓸쓸한 환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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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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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60주년 기념식 생략

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의 부재중에 ‘환갑’을 맞게 됐다.

9일은 한화그룹의 창립 60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화는 매년 그룹 차원의 기념식을 열었지만 김 회장이 구속된 상태여서 올해는 그룹 차원의 기념식 없이 계열사별로 조촐하게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국내 기업 중에 60년을 이어온 회사는 드물다”며 “기념식도 성대하게 치러야 하지만 안팎으로 기업이 어려워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의 60년 역사상 회장 없이 창립기념일을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8월 횡령과 배임 혐의로 법정 구속된 뒤 예전과 달리 ‘옥중 결재’도 마다하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김 회장은 창립 60주년과 관련해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창립 60주년은 한화그룹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1952년 고(故) 김종희 회장이 그룹의 모태가 된 한국화약을 설립한 이후 한화그룹은 한화케미칼, 한화솔라원, 한화건설 등 53개 계열사를 지닌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1981년 선대 회장이 갑자기 작고하면서 김 회장이 31세의 젊은 나이로 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김 회장은 굵직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성공해 1981년 회사를 물려받을 당시 매출액 1조1079억 원 규모였던 회사를 2011년 말 매출액 35조950억 원대의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최근에는 그룹의 신성장동력 발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독일의 태양광 셀 제조업체인 큐셀을 인수하고 이라크의 신도시 건설에 나서는 등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한화그룹의 사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전환점을 맞았지만 김 회장의 구속으로 창립기념식도 제대로 치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현재 한화는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와 그룹 경영기획실 주도로 주요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김 회장 부재의 영향으로 ING생명 동남아 법인을 인수하는 데 실패하는 등 일부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한화그룹은 임직원들이 그룹 차원의 봉사활동을 벌이고 서울불꽃축제를 마무리하는 등 예정된 일정을 조용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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