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끼고 집 사서 세 주는게 강남스타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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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3구 아파트 거주자 과반이 세입자

회사원 신모 씨(35)는 2010년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57m²(전용면적 기준)짜리 아파트를 5억4000만 원에 구입했다. 당시 3억 원을 대출받았던 신 씨는 올해 7월 자신의 집을 전세로 놓고 부모와 살림을 합쳤다. 월급 330만 원으로는 150만 원이 넘는 대출이자를 내고 나면 4세 딸의 양육비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생활이 빠듯했기 때문이다.

○ 강남 실거주율 갈수록 낮아진다

신 씨처럼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실제 입주해 살지 않고 있는 경우가 전체 강남 3구 아파트 보유자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해양부 국가공간정보유통포털(NS)센터에 따르면 강남 3구 아파트 보유자의 실제 거주율은 올해 6월 1일 현재 48.3%에 불과했다. 시점을 2010년으로 되돌려도 강남 3구 아파트 보유자의 실제 거주율은 49.6%로 절반을 밑돈다. 이는 통계청이 2010년 인구조사를 통해 추정한 전국의 자가 보유자 실제 거주율(54.2%)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것이다.

특히 강남 3구에 자기 집이 있지만 실제 살지 않는 거주자는 대부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 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NS센터에 따르면 강남 3구 실거주자 중 신규 주택 매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20.4%에서 2011년에는 12.3%로 8.1%포인트가 줄었다. 아파트 신규 매입자의 비중은 같은 기간 26.9%에서 14.5%로 12.4%포인트나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금융위기 이후 강남의 집값은 떨어진 반면 전세금은 올라 전세를 끼고 강남 집을 사기가 쉬워진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강남 집값이 떨어졌어도 여전히 일반인이 거주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큰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김우철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최근 많이 떨어졌다 해도 일반인에게 강남 집값의 절대 수준은 여전히 높은 편”이라며 “대출을 끼고 무리하게 집을 산 사람들이 세를 주고 빠져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 한번 강남주민은 영원한 강남주민

증권회사 임원 이모 씨(46)는 딸이 유치원생이던 2003년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서 강남구 대치동으로 이사했다. 최근 넓은 집에서 살고 싶어 강북으로의 이사를 고려했던 그는 가족의 극심한 반대에 부닥쳤다. 중학생이 된 딸이 “친구들이 모두 대치동과 도곡동에 사는데 강북에 가면 ‘왕따’가 될 수 있다”며 울고불고 매달려 이 씨는 이사 계획을 접었다.

이 씨처럼 강남 3구에서 집을 보유하면서 직접 입주해 살았던 거주자라면 집을 팔고 이사를 하더라도 대부분 강남 3구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NS센터가 2011년 6월 1일 기준으로 강남 3구에서 집을 팔았던 2만7252가구의 주소지 이전 상황을 분석한 결과 70.2%가 여전히 강남 3구 내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었다.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관련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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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강남족’의 강남 선호 현상에 대해 좋은 학군이나 생활편의시설에 국한되지 않고 또래 집단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압력, 즉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나 보상 심리도 영향을 미친다고 풀이했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직도 ‘강남에 진입해야 성공한 거다’라는 식으로 강남 거주를 사회적 성공이나 다른 계층과의 차별화 증거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며 “자신의 소득수준보다 비싼 명품 가방을 어떻게든 구입하고야 말겠다는 심리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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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3구 아파트#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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