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명장 3인]“단단히의 사투리 ‘단디’… 기술설계에 딱 들어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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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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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디메카 이건희 대표

이건희 대표는 ‘허울 좋은 간판’보다 ‘정직한 실력’이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국민스타화프로젝트팀 제공
이건희 대표는 ‘허울 좋은 간판’보다 ‘정직한 실력’이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국민스타화프로젝트팀 제공
“벤처생활이 너무 힘겨워 대기업 입사를 고민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저의 치열했던 노력은 무시하고 단순 ‘고졸’로 대우하더군요.”

2001년 국제기능올림픽 메카트로닉스 금상 수상자인 이건희 ㈜단디메카 대표(32)는 “대기업을 ‘못 간 게’ 아니라 ‘안 갔다’”고 표현한다. 아직도 인재를 학력의 산물로 보는 시각에 대한 일종의 저항인 셈이다.

물론 그의 부모는 아들이 인문계 학교를 거쳐 대학에 진학하길 바랐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비행기 조립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재미를 느낀 그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공업고교에서는 체계적인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실력 있는 엔지니어가 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기능대회’를 알게 되면서 희망의 끈을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부산 경남공고 3년 동안 방과 후는 물론이고 휴일과 방학에도 대회 준비에 몰입했다. 처음엔 기계제도 부문을 목표로 했으나 입상도 하지 못하는 좌절을 겪은 뒤 ‘메카트로닉스’로 전환해 공장 자동화 기술의 매력에 푹 빠졌다. 메카트로닉스는 기계공학 전자공학 제어계측 등 첨단 융합 학문이다.

졸업할 무렵, 지방대회와 전국대회에서 수상하기 시작했다. 이때가 본격적인 갈림길이었다. 그는 “간판이 아닌 기술로 승부하리라”고 결심하고 대학 진학 대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운영하는 직업훈련원을 선택했다. ‘국제기능경기대회 우승’이란 꿈을 위해서였다.

이 대표는 결국 ‘제36회 기능올림픽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대한민국 대표 기능인으로 올라섰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탁월한 설계기술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했다.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사학위까지 취득하며 이론에 대한 갈증도 채워 나갔다.

하지만 세상은 그에게 대학 졸업장만을 요구했다. 뜻을 펼쳐보기도 전에 편견과 오해의 벽에 부닥친 것이다. 그가 2010년 ‘단디메카’란 자동화장비 개발 전문 업체를 설립한 이유다. 이 대표는 “경상도 사투리인 ‘단디’는 ‘단단히’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어감이 영어의 ‘댄디(dandy·멋진)’와 비슷하다”며 “한국이 멋진 나라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회사 직원 3명 모두가 국제대회 입상자 출신으로 ‘정직한 실력’으로 무장한 청년들이다. 만삭인 아내는 뒤에서 조용히 회계 일을 돕는다.

이번에 ‘국민스타 3인’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그는 적잖이 당황했다. 아직은 세상에 보여준 업적이 미흡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럼에도 자신을 ‘롤 모델’로 삼는 수많은 후배들을 위해 용기를 냈다.

“학력이나 학벌이 아닌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진짜 기술자이고 싶어요.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으렵니다. 실력과 진심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2012년 우수 숙련기술인 국민스타 3인


김대인 ㈜대흥제과제빵기계 대표(명장)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명장)
이건희 ㈜단디메카 대표(국제기능올림픽 수상)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스타 명장#단다메카#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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