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무역국 맞아? 해외사업때마다 외국銀서 돈 빌려

  • Array
  • 입력 2012년 9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작년 해외플랜트 650억달러중 30억 달러만 국내PF 조달
국내 금융기관 해외진출 절실

최근 은행들의 해외 진출이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해외 사업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규제 완화 등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현재 해외 진출에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다. 리스크는 크지만 수익성이 높은 이머징 마켓이 우선적인 진출 대상 지역이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터키 이스탄불에 국내 은행 가운데 최초로 사무소를 열 예정”이라며 “2015년까지 해외사업 비중을 15%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15개국에 13개 지점, 5개 현지 법인을 둔 우리은행도 올해 안에 시드니 지점과 브라질 법인, 미얀마 사무소 등을 잇달아 열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중국 현지 법인과 베이징 지점을 동시에 개설한다.

그러나 은행들의 해외 진출 수준은 아직 크게 뒤처진다고 금융권 안팎에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중부발전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주한 중부 자바 섬의 1000MW급 대형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 입찰에서 일본과 중국 경쟁업체들에 밀렸다. 현지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금융회사를 통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력에서 뒤졌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현지에 공장을 짓고 자원 개발에도 활발히 나서면서 해외 자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만한 국내 금융회사는 별로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이 해외에서 따낸 플랜트 공사 수주액만 650억 달러(약 73조4500억 원)에 이르지만 이 중 국내 PF 조달 규모는 30억 달러뿐이었다.

기업의 해외 진출을 평가하는 잣대인 초국적화지수(TNI·자산과 매출, 종업원 수에서 해외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에서 지난해 하반기 기준 UBS 77%, HSBC 65%, 씨티그룹 44%로 조사됐지만 한국은 3.2%로 바닥 수준이었다. 그나마 해외 점포 기능도 현지인 대상보다는 교포 혹은 해외 진출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0대 무역대국임에도 불구하고 굵직한 해외 사업을 벌일 때마다 외국 은행에서 돈을 빌려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국내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과도한 금융규제와 사실상 주인이 없는 지배구조가 은행들의 글로벌화를 막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은행#해외 사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