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Champion]“국내서 인기없는 산란계-종계 베트남선 쌀국수 육수용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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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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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형 싱그린푸드시스템 대표

“쌀국수에 들어가는 닭고기는 육질이 부드러운 육계(肉鷄)보다는 산란계나 종계가 제격입니다. 이런 닭고기를 오래 끓여야 육수에서 진한 맛이 나기 때문이죠. 그래서 쌀국수를 즐기는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습니다.”

김준형 싱그린푸드시스템 대표(70·사진)는 새로운 시장으로 베트남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현지 음식문화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튀김 등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와 달리 베트남 사람들은 쌀국수, 백숙, 닭곰탕 등 끓이는 음식을 주로 먹는다는 것이다.

닭고기는 육계, 산란계(무정란을 낳는 닭), 종계(유정란을 낳는 닭)로 나뉜다. 국내에서 주로 쓰는 육계는 병아리가 된 지 40일 안에 도축한다. 40일이 지나면 더 자라지 않고 육질이 질겨지기 때문이다. 반면 산란계나 종계는 1년 6개월까지는 높은 산란율을 유지하기 때문에 그 이후에 도축한다.

싱그린은 이미 큰 기업들이 자리를 잡은 육계로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산란계와 종계 가공에 특화했다. 질긴 닭고기를 숙성시켜 먹기 좋은 상태로 가공한 뒤 햄, 소시지 등을 만드는 롯데, 사조 등 대형 업체에 납품한다.

그러나 국내 시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 김 대표는 동남아 지역의 음식문화를 분석하다 끓인 닭고기를 재료로 하는 음식을 즐기는 베트남을 목표로 삼았다. 산란계, 종계를 가공하는 싱그린으로서는 최적화된 시장이었다.

싱그린은 베트남에서는 소비자들을 직접 공략한다. 2006년 베트남 진출 초기에는 가공한 닭고기를 그대로 제공했지만 지난해부터는 백숙, 닭곰탕 등 조리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베트남에서 싱그린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며 “조리 제품을 토대로 베트남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싱그린의 매출은 220억 원. 이 가운데 베트남에 약 70억 원어치를 팔았다. 전체 매출의 32%, 수출의 80%를 베트남에서 올리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대형마트 내 제품 입점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현지를 찾는 김 대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베트남 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의 비결을 묻자 곧바로 “과감한 도전”이라고 답했다. 베트남에서 거둔 성과도 망설이지 않고 도전한 결과라는 뜻이다. 김 대표는 “매 순간이 실전임을 잊지 않는다”라며 “어느 기업이나 대표는 결정을 내리고, 그에 맞는 책임을 지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산란계#종계#베트남#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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