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주택 18만5000가구 ‘빚 58조’ 안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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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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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硏 540만 가구 분석
아파트가격 계속 내리면 신용부도-금융부실 도미노… 경기침체 → 집값 하락 악순환

사진 제공 동아일보 DB
사진 제공 동아일보 DB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로 집값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집을 팔더라도 대출금이나 세입자 전세금을 다 갚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주택’이 전국적으로 최소 18만5000만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가구의 총부채액은 5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동아일보가 KB금융경영연구소에 의뢰해 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 자료를 기초로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보증금을 지닌 전국 540만6000가구의 소득 및 부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금과 전세금이 매매가의 80%를 넘는 깡통주택 보유가구는 전체 가구의 3.4%인 18만5000가구로 집계됐다. 금융회사들은 통상 이 비율이 80% 이상이면 확실한 깡통주택으로 평가하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 시 주택경매 매각가율이 80%대 이하로 떨어지는 게 일반적인 데다 급매로 주택을 처분하려 해도 제값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이 비율이 70∼80% 미만이면 주택을 처분했을 때 집주인이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거의 없어 사실상 깡통주택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많다.

전체 깡통주택 보유가구 중 7만9000가구는 자기 집에 살고 있었고, 나머지 10만6000가구는 자기 집을 전세 놓고 다른 집에 세입자로 살고 있었다. 또 자가거주자는 1인당 평균 3억7468만 원, 전세거주자는 2억6700만 원의 부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깡통주택 보유가구가 안고 있는 부채총액은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액(282조 원·2012년 3월 기준)의 20%가 넘는 58조 원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주택 경기침체 장기화로 집값이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깡통주택 보유가구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비 8월 말 현재 서울 아파트값은 2.5% 떨어졌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도 2.2% 하락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값 하락→깡통주택 보유자의 신용부도→금융권의 동반부실→경기 침체→아파트 값 추가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깡통주택 증가는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소비 감소로 이어져 경기침체를 더욱 부추긴다”며 “현재 가계부채가 카드대란 직전인 2002년 말의 530조 원보다 2배로 불어났기 때문에 부동산가격 하락이 미치는 악영향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깡통주택 ::

주택담보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주택의 현재 가격의 80%가 넘는 주택을 말한다. 주식시장에서 투자자가 자신의 돈과 증권회사에서 빌린 자금을 합쳐 사들인 주식의 가격이 융자금 이하로 떨어져 담보유지비율이 100% 미만인 계좌를 ‘깡통계좌’로 부르는 데서 유래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깡통주택#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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