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 추석특수에 시름 덜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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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경기 광주시 오포읍 이마트 미트센터에서 직원들이 추석용 한우 선물세트를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마트 제공
28일 오전 경기 광주시 오포읍 이마트 미트센터에서 직원들이 추석용 한우 선물세트를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마트 제공
경기 화성시에서 29년째 소를 키우고 있는 구경모 씨(52)는 28일 “경매장만 다녀오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소 한 마리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인건비를 빼고도 500만∼550만 원이다. 하지만 최근 한우 경매 시세는 600kg 기준으로 평균 440만 원 수준이어서 한 마리를 팔 때마다 많게는 100만 원 이상을 손해보고 있기 때문이다.

○ “추석 특수 없으면 ‘한우 파동’ 재연”

축산 농민들 사이에서는 “다음 달 추석 때조차 한우 소비가 늘지 않으면 연휴 끝나고 소 몰고 청와대로 쳐들어가야 할 판”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위기감이 높다. 한우 가격은 ‘한우 파동’으로 떠들썩했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데 사료 가격은 20∼30% 올라 손해가 더 커진 까닭이다. 구 씨는 “전체 소 중 20∼25%인 ‘1++’나 ‘1+’등급을 못 받으면 인건비는커녕 사료 값도 못 뽑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한우 사육두수가 6월 말 기준으로 사상 최고 수준인 311만 마리에 이르러 적정 사육두수 250만 마리를 크게 넘어선 데 있다. 여기에 경기 불황까지 겹치며 매년 10% 이상 성장하던 한우 판매량조차 올 들어서는 감소세로 돌아선 상태다.

사육두수가 늘면서 정부는 한우 가격의 장기적 안정을 위해 연내에 암소 10만 마리를 도축하겠다고 나섰다. 이것도 축산농가로선 부담이다. 마리당 30만 원가량의 보조금을 받고 한창 번식력이 왕성한 때인 60개월 이하 암소를 내다파는 것도 가슴 아픈데, 도축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한우 가격이 또 떨어지기 때문이다.

○ 10만 원 미만 한우 갈비 선물세트도

유통업계는 추석을 앞두고 불황으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되살리고 축산농가의 어려움도 덜어주는 상생(相生) 방안으로 대대적인 한우 판촉을 계획하고 있다. 추석 직전 열흘간은 대형마트 한우 갈비 연간 판매량의 4분의 1이 팔리는 대목이다.

28일 오전 경기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이마트 미트센터 작업장은 한우 선물세트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올해 추석맞이 전략상품으로 한우 냉동갈비 2.7kg 선물세트 2만 개를 10만 원 미만에 판매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상품이 2010년 추석에 13만5000원, 지난해 추석에는 11만5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한우 시세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데도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8월 문을 연 미트센터가 각 점포가 해 온 소분작업(고기를 다지거나 굽기 좋은 크기로 써는 일)을 자동화 설비로 처리하면서 인건비를 크게 줄인 덕분이다. 바이어가 직접 경매에 참가해 월 200마리가량의 한우를 사들이고 축산농가에 500마리가량을 위탁영농하면서 유통 마진을 줄인 것도 도움이 됐다. 남국현 미트센터장은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기왕이면 선물용으로 값싸고 질 좋은 한우를 구입해 축산농가들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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