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 그룹중 23곳 비상경영 체제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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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위기체감도’ 조사 “2008년보다 심각” 64%
52% “투자-채용은 안줄여”

30대 그룹 계열사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A사는 3개월째 비상경영을 하고 있다. 유로존 위기가 본격화한 뒤 수출이 끊겨 회사 창고에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A사는 간부들의 출근을 한 시간 앞당기고 각종 비용을 절감하는 데 이어 최근에는 재고를 줄이려고 판매가격을 내렸다. 그러나 이 회사 고위관계자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고 있는 30대 그룹 가운데 90% 이상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투자, 고용, 각종 비용을 줄이는 비상경영체제에 이미 돌입했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0대 그룹 중 설문에 응한 25개 그룹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롯데, 포스코, KT 등 16개 그룹(64%)은 현재 위기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비상경영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7개 그룹(28%)은 비상경영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16개 그룹은 “이번 위기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 중 5곳은 “2008년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했다. 이번에는 수출뿐 아니라 내수(內需)까지 부진하다는 점에서 탈출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기회복 시점에 대해서도 비관론이 우세했다. 20개 그룹은 “이번 위기가 내년 하반기, 또는 그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24곳은 올해 3% 경제성장률 달성이 불투명하다고 대답했다.

올해 상반기(1∼6월)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낸 삼성그룹의 고위 관계자도 “3분기(7∼9월)까지는 실적을 낙관하고 있지만 10월 이후는 안갯속을 걷는 것처럼 불안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2008년엔 각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고 내수가 버텨줘 위기를 조기 극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신흥국, 선진국 수출시장이 모두 어렵고 내수도 받쳐주지 않아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비관론이 우세하지만 투자와 채용을 줄이겠다는 그룹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 시나리오 경영을 가동하며 비용을 줄이거나 출근시간을 조정해 긴장감을 높이는 차원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25개 그룹 중 투자와 채용을 축소했다고 대답한 그룹은 4곳(16%)에 그쳤다. 5곳(20%)은 검토 중이고, 13곳(52%)은 축소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기업#비상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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