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라 부르며 노골적 ‘접촉’ 폭언-체임까지… 피눈물 알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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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들 성범죄-착취 노출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사장님이 ‘잠깐 자리 좀 비켜봐’ 하며 팔로 허리를 감쌌어요. 사장님이 바로 옆자리에서 음란 동영상을 보기도 해 수치심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6월 서울의 한 PC방 카운터에서 계산을 해주는 아르바이트를 했던 여대생 A 씨는 업주의 반복되는 성추행에 몇 번이고 일을 그만두려 했다. 하지만 받지 못한 월급이 걸렸다. 결국 월급날까지 참은 뒤 PC방을 떠났다. A 씨는 “업주가 단골손님에게 나를 ‘와이프’라고 소개하기도 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충남 서산시 피자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고용주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대생 이모 씨(23) 사건이 20일 알려지면서 열악한 여건 속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고용주의 횡포에 고통을 겪는 현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구직자 공급 과잉 상태에서 고용주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참아내야 하는 구조적인 환경이 비극을 만들어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20대는 열악한 조건의 아르바이트 현장에 내몰리고 있다. 올해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한 박모 씨(26·여)는 “돈을 많이 주는 아르바이트는 인기가 많아 일을 계속하려면 업주의 부당한 요구도 참아야 한다”고 털어놨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6월 대학생 3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용주에게 폭언이나 임금체불 등 부당한 횡포나 착취를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이 78%에 달했다.

이 씨처럼 성범죄에 노출되기도 한다. 여대생 B 씨는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매장의 정직원이 DVD방에 가자고 요구한 적이 있는데 돈을 생각하면 거절할 수가 없어 따라나섰다가 강제로 키스를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서비스업이 집중돼 있는 수도권에 몰려 있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지방에서는 업주의 횡포가 더 심하다”며 “부당한 대우나 성희롱을 당할 경우 피해자들이 상담할 수 있는 센터 등을 전국적으로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취업 여건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광고회사 이노션은 소비자 패턴을 분석하며 2000년대 이후 대학에 입학한 이들을 ‘I'm F(Frustrated·좌절한) 세대’로 분류했다. 외환위기 여파로 2000년대에 대학에 들어간 세대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비싼 등록금에 시달리고 △졸업할 무렵에는 낮은 취업률에 고통을 받은 뒤 △취업 후에도 열악한 고용환경(비정규직 등)으로 좌절하는 ‘신(新)IMF 세대’라는 것이다.

실제로 2007년에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대학생 1만79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자 대학생이 졸업까지 걸리는 시간이 7년 3개월이었지만, 정진후 통합진보당 의원이 대학알리미 통계를 바탕으로 작성해 지난달 1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이 9년 3개월로 늘었다.

빚도 늘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07년 대학생 15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 졸업예정자의 평균 부채는 640만 원이었지만 올해 2월 진행한 같은 조사에서는 1308만 원이 됐다.

[채널A 영상] 알몸사진 찍어 협박까지…고용주에 성폭행 당한 여대생 자살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알바#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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