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가 경영민주화로 변질될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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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 김승연 구속에 초긴장

17일 한화그룹 직원들이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으로 들어가고 있다. 한화 임직원들은 김승연 그룹 회장이 법정 구속됨에 따라 시종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7일 한화그룹 직원들이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으로 들어가고 있다. 한화 임직원들은 김승연 그룹 회장이 법정 구속됨에 따라 시종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지 하루가 지난 17일에도 재계는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세상이 바뀐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번 판결로 법원이 재계 총수의 경제 기여를 배려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오히려 무거운 책임을 지우는 쪽으로 돌아섰다고 보고 있다. 잇달아 경제민주화 법안을 내놓는 정치권,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감시 수위를 높이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시민단체도 모자라 법원까지 등을 돌림으로써 재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 처지가 됐다.

하지만 재계의 진짜 고민은 그동안의 경제민주화 바람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총수 일가의 경영 자체를 문제 삼는 ‘경영민주화’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 ‘경영민주화’로 선회할까 촉각

한 재계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는 경제민주화 타이틀을 내걸고 ‘총수 때리기’를 하는 경영민주화 양상”이라며 “이런 상황에선 대기업 총수나 후세 상속 문제가 남아있는 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가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과 각 대기업은 지난해부터 △중소기업 동반성장 △청년 고용 확대 △비정규직 문제 해결 △사회공헌 △골목상권 보호 등 5개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하려 노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CJ 등이 비정규직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삼성그룹이 고졸은 물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취업의 문호를 활짝 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6, 7월 실시한 기업 호감도 조사에서 국민들은 국제경쟁력에는 81.1점을 줬지만 사회공헌에는 여전히 중간에도 못 미치는 41.3점을, 윤리경영 실천 항목에는 23.8점이라는 낙제점을 매겼다.

재계 관계자는 “동반성장이나 일자리 만들기에 초점을 맞춘 경제 살리기 노력만으로는 대기업에 비우호적인 여론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여론이 더욱 악화하지 않을까 걱정이지만 총수 경영을 포기할 수도 없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채널A 영상] “선고 끝나고 보자” 자신만만하던 김승연 회장 결국…

○ 경영자 처벌제도 개선도 검토해야

재계 일각에선 이번 판결에 대해 “달라진 민심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제는 과거 성장 위주 경제체제에서 굳어진 경영의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총수 경영을 견제하기 위해 순환출자 지분의 의결권 제한같이 시장경제 원칙을 거스르는 무리한 규제를 만들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애매모호한 법 규정으로 경영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물리는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전경련의 한 임원은 “우리 법체계는 경영자가 한 번의 실수로 졸지에 범법자가 돼 버리는 구조”라며 “대기업의 잘못된 경영 관행은 개선돼야 하지만 실패한 경영 판단을 처벌 대상으로 하는 배임죄 등 각종 법 제도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김승연 구속#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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