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없는 이유, 불황 말고 또 있었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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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업장 가진 국내 기업 146곳 중 단 1곳만 “한국 U턴 고려”

“국내에서 조선소 용지를 마련하려고 남해안 일대를 샅샅이 뒤지며 물색했지만 땅을 확보하지 못했다. 사람도 구하기 어려웠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2007년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에서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 기공식을 앞두고 연 기자간담회에서 ‘왜 한국을 놔두고 중국에 생산기지를 세우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STX 다롄조선소의 직원은 현재 약 3만 명이다. 이 수치를 그대로 ‘한국에 만들어질 수도 있었던 일자리’라고 해석하는 것은 비약이지만, 심각한 청년실업을 생각하면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마냥 응원할 수만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STX그룹 관계자는 “처음엔 국내 조선소를 늘리려 했는데 여러 제약 때문에 하지 못했다”며 “다롄 기지를 한국으로 ‘U턴’시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갖가지 지원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STX그룹처럼 해외에 생산기지를 세운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해외 생산기지를 한국으로 다시 들여오는 U턴에 별 관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 중 해외 사업장이 있는 274개 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현재 국내 U턴을 고려하고 있는 회사는 단 한 곳이었다고 26일 밝혔다. 응답 기업은 146개 사였다.

응답기업의 9.6%는 “국내 사정이 좋아지거나 해외 현지 사정이 악화되면 U턴을 고려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대부분(89.7%)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 기업들은 현재 생산거점을 유지하고(54.1%), 확대하거나(32.2%), 현재 해외시장에서 철수할 수는 있지만 한국이 아니라 제3국으로 가겠다(12.3%)고 밝혔다.

○ “인건비보다 규제 때문에 못 온다”

해외로 나간 대다수 국내 기업이 이처럼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 전경련은 “단순히 인건비가 비싸서가 아니라 각종 규제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어떻게 하면 국내 U턴을 촉진하겠느냐’는 질문에 ‘각종 규제 해소’(47.6%)라는 대답이 세제 지원 확대(29.7%)나 시설·운전자금 지원(15.9%), 공장 용지 지원(4.8%) 등보다 훨씬 많았다. 전경련 측은 “특히 공장 설립 규제나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 움직임 등 경영을 간섭하는 규제가 신경 쓰인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포드가 멕시코, 중국에 했던 투자를 미시간과 오하이오 주로 돌려 2015년까지 일자리 2000개를 만들기로 했고, GE는 6억 달러(약 6900억 원)를 투자해 켄터키 공장을 재가동하면서 2014년까지 일자리 1300개를 창출할 예정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3월 보고서에서 “생산기지가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앞으로 10여 년 동안 모두 220만∼310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정부 대책에 아직은 미지근한 반응

일본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각종 규제 완화와 지원책으로 소니와 도요타가 중국 공장을 본국으로 이전하거나 국내 라인을 증설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U턴 투자가 잇따르면서 일본 내 신규 공장 설립은 2002년 844건에서 2006년 1782건으로 늘었고, 해외공장 설립은 같은 기간 434건에서 182건으로 줄었다.

한국 정부도 4월 U턴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법인세와 관세를 감면해주는 내용의 ‘U턴 기업 지원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을 27일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그러나 전경련 조사에서도 나타났듯 아직 국내 기업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은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해서가 아니라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나간 측면이 크다”며 “보조금을 준다고 쉽게 한국에 돌아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전경련 설문조사에 대해 “4월 내놓은 대책이 대체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위한 내용인 데다 대기업은 단기간에 경영전략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아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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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불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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