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엔 ‘펑펑’ 가계는 ‘꽁꽁’… 금융권 대출도 차별화

  • Array
  • 입력 2012년 7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증가속도가 기업이나 가계대출에 비해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베이비부머)들이 자영업에 몰려 관련 대출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에 나서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는 한풀 꺾였지만 자영업자들의 대출은 늘어 이들이 과당경쟁을 겪다 폐업하는 사례가 늘게 되면 또 하나의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한, 우리, 국민, 하나은행 등 6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35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조4000억 원(4.9%) 늘었다. 이 기간 증가한 대출금 잔액(9조9000억 원)의 64.4%를 차지하는 규모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는 다른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까지 가계대출 증가율(0.7%)과 기업대출 증가율(1.9%)은 모두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4.9%)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이는 ‘자영업 대란’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최근 자영업 창업에 나선 사람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종업원 1∼4명인 영세 자영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는 업주를 포함해 1010만6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513만 명)의 약 40%에 이른다.

또 은행들이 경기 침체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조치에 따라 자영업자 대출에 집중한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은행권은 예금은 넘쳐나는데 이를 대출해 줄 대상이 마땅치 않다고 말한다. 실제로 6개 시중은행의 예·적금 수신액은 올 들어 6월까지 33조 원 늘었지만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 증가액은 각각 2조4000억 원과 1조9000억 원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골목상권에서 자영업자들이 과당경쟁을 벌여 대거 폐업에 내몰리면 가계대출처럼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17%로 지난해 12월(0.8%)에 비해 크게 올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값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있는 데다 유럽 재정위기로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한풀 꺾였다”면서 “반면에 베이비부머의 자영업 창업은 늘고 있어 은행이 이를 외면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5월 예금취급기관의 전년 동기 대비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은 5.5%로 조사됐다. 대출 증가율은 2011년 8월(8.8%)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4월에 처음으로 5.9%로 내려앉았다. 5월에도 계속 5%대를 이어가면서 2003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아진 것이다.

증가세는 줄었지만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5월 현재 642조7411억 원으로 4월보다 3조2000억 원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경제 규모에 맞춰 커지는 경향이 있어 크기보다는 증가세를 봐야 한다”며 “가계대출의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어 전체 규모는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5월 현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조2000억 원 늘어난 456조7000억 원이었고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4월보다 1조 원 늘어난 186조1000억 원이었다. 지역별 가계대출 잔액은 수도권이 1조4000억 원 늘어난 413조5000억 원, 비수도권은 1조8000억 원 증가한 229조2000억 원으로 조사됐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자영업자#대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