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케이블채널’ 횡포에도… 정부는 되레 “독점규제 완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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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채널 다 안 틀면 철수… CJ, 유선방송사업자 압박”
CJ측은 “압력 넣은 적 없어”

최근 케이블TV 시장에서 대형 독과점 업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소 방송사업자들이 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다. 한편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외쳐온 정부가 방송시장에서는 오히려 대기업 독점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방송법 개정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8일 “채널사업자(PP) 한 곳이 시장 전체 매출의 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방송법 조항을 일단 36%까지 올린 뒤 장기적으로 49%까지 차지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마련 중”이라며 “12일이나 19일 전체회의에서 처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독과점 폐해 더 심해질 것

국내 최대 복수채널사업자(MPP)인 CJ E&M은 최근 채널 번호를 배정해 주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씨앤엠과 심각한 분쟁을 겪었다. 씨앤엠에 따르면 CJ가 자신들이 운영하는 프로그램 채널 모두를 틀어주지 않으면 tvN 같은 자사의 인기 프로그램 채널도 모두 빼겠다고 압박했다는 것. 씨앤엠은 결국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을 냈다. CJ 측은 “씨앤엠 분쟁과 관련해 압력을 넣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방송법이 개정되면 이 같은 독과점 폐해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CJ E&M만을 위한 맞춤식 개정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CJ E&M의 방송 부문 매출(온미디어 포함)은 6760억 원으로 방송시장 매출 점유율이 32%에 달해 규제 상한인 33%에 육박했다. CJ는 이미 법 개정을 확신하고 있는 듯 올해 방송 매출 목표를 상한선을 훌쩍 넘는 8100억 원으로 올려 발표했다.

○ “거대 사업자 키워야 한다” 논리도

CJ는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에는 매출 규제가 없는데 유료사업자에 대해서만 규제가 있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글로벌 사업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푸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방통위 실무 공무원들은 CJ 입장에 대체로 가까운 반면 (최종 결정을 내리는) 민간인이 포함된 방통위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유선방송사업자(SO)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리를 대며 현재 340만 명인 가입자 유치 상한선을 최대 700만 명(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3분의 1)까지 높이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 중소 PP는 살아남기 어려워져

이 같은 움직임 속에서 중소 PP들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MPP의 압력에 자칫하면 채널 번호를 내놓아야 할 처지이고 MSO들의 압력은 여전하다.

교양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 중소 PP는 “MPP가 더 많은 프로그램을 공급하면 중소 PP는 밀릴 수밖에 없다”며 “프로그램 공급 대가로 받은 수신료도 이벤트 비용, 채널 론칭비(Kick-Back·돌려차기) 등의 명목으로 다시 빼앗기는 등 죽을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151개 개별 중소 PP의 전체 매출은 4019억 원에 불과했고 912억 원의 손실을 봤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한정훈 채널A 기자 existen@donga.com
#케이블채널#독점규제 완화#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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