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팬 타운 만들어 日자금 810조원 끌어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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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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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원 KOTRA 인베스트코리아 커미셔너

한기원 KOTRA 인베스트코리아 커미셔너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객 관점의 투자유치 전략으로 성과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KOTRA 제공
한기원 KOTRA 인베스트코리아 커미셔너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객 관점의 투자유치 전략으로 성과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KOTRA 제공
“유럽, 미국 경제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우리가 투자를 유치할 곳은 일본밖에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일본에는 현재 55조 엔(약 810조 원)의 부동(浮動)자금이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유치 전담기관인 KOTRA 인베스트코리아(IK)의 한기원 커미셔너(53)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저팬 타운’을 만들어 일본 투자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KOTRA가 올해 4월 영입한 한 커미셔너는 경기고, 일본 와세다대를 졸업하고 1986년 일본 다이와증권에 입사해 영국 다이와유럽 투자은행 대표, 다이와증권 서울지점 대표를 지낸 투자은행(IB) 출신 일본 전문가다.

그는 “한국 중소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해외 협력 파트너가 필요한데 기술력과 자금력이 풍부한 일본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지난해 일본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이 455건, 10조 엔 규모에 이르며 이 중 약 6조 엔이 아시아 지역 투자”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일본인 투자가의 마음을 사로잡는 투자 유치 전략이다. 한 커미셔너는 “‘대지진으로 전력 공급이 불안하지 않으냐’ ‘엔화 강세와 인구 고령화로 인력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일본의 약점을 자극하는 전략은 자존심이 센 일본인의 반감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인 투자가는 안정성과 지속성을 중시한다”며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라는 신뢰와 믿음부터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일본계 은행과 손잡고 현지 부품업체를 집단으로 유치하고, 이들이 살 수 있는 ‘저팬 타운’을 만들자는 구상을 그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 투자 유치와 관련해서는 ‘투자 공한증(恐韓症)’을 풀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는 중국 투자설명회에서 ‘한국은 왜 중국 자본을 싫어하느냐’ ‘쌍용자동차 사태의 이면에는 한국의 반(反)중국 정서가 깔려 있지 않으냐’는 질문이 쏟아졌다는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에 대한 중국인의 오해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투자 유치 베테랑인 한 커미셔너는 “아직도 외국인 투자가 앞에서 ‘한국 정부를 대표해…’라고 말문을 여는 순간 등골에 전율이 쫙 흐른다”고 말했다. 연봉도 이전의 10분의 1로 줄었지만 일하는 보람만큼은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스스로를 ‘뱅커’라고 하는 그는 “뱅커는 ‘숫자’(실적)로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무도 IB처럼 고객과 성과에 초점을 맞춘다. 글자와 숫자 중심의 딱딱하고 일방적인 투자설명회 발표 자료도 한국의 매력을 고객 관점에서 설명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바꿨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중동 투자설명회에서는 고려 땅이 포함된 아랍 고지도를 찾아내 한국과의 오랜 인연을 강조했다. 그 직후 셰이카 루브나 알까시미 아랍에미리트 대외무역부 장관은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이런 훌륭한 브리핑은 처음”이라며 자료를 요청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일본에서는 ‘벚꽃’, 중국에서는 ‘한자’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한류 열풍의 주역인 그룹 ‘소녀시대’의 동영상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도 간간이 섞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한기원#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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