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 부동산 대책 한달째… 강남3구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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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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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이어 강남랜드마크까지 ‘동반추락’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아파트 전경. 강남지역 부동산 규제를 풀어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5·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 지난 지금 강남 집값은 오르기는커녕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대책에 따른 실망감에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내수 침체 심화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동아일보DB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투기지역 해제 등을 골자로 한 5·10 부동산대책이 한 달째를 맞았지만 강남지역은 집값이 오르기는커녕 바닥 모를 침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대책 발표 전까지만 해도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보였던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는 가격이 속절없이 떨어졌고, 강남지역의 랜드마크(지역 상징물)로 불리던 아파트들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5·10대책의 직접 수혜주로 꼽혔던 강남 3구의 재건축 아파트들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59m²(전용면적 기준) 아파트는 5월 초까지만 해도 11억8000만 원에 거래됐으나 이달 초 11억1500만 원으로 6500만 원이 폭락했다. 잠실동 주공5단지 119m²는 한 달 동안 4000만 원이 떨어져 10억5000만 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송파구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인 가락시영아파트 42m²도 1000만 원 하락한 5억5000만 원에 호가되고 있지만 매수세는 거의 없다. 서초구 잠원동 한신 17차 119m²는 한 달 동안 6000만 원이 빠져 현재 9억 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 3구 아파트 가격이 추락하면서 시가총액은 5월 초 86조5204억 원에서 최근 86조2663억 원으로 2541억 원이 줄었다.

경기 동향에 큰 움직임이 없었던 도곡 렉슬, 반포 자이,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등 랜드마크 아파트들도 분위기는 썰렁하다. 강남구 도곡동과 서초구 반포동 일대의 부동산중개업소에는 급매물을 소개하는 전단이 빼곡했지만 거래는 실종됐다. 서초구 반포 자이 85m² 아파트의 경우 12억1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11억8000만 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전국 최고가 아파트인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85m² 아파트는 5월 초 12억5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초 1억 원이 떨어진 11억5000만 원에 급매물까지 나왔다. 도곡동에 위치한 이화공인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도곡 렉슬의 경우 2006년에 165m² 아파트의 최고 거래가가 28억8000만 원까지 형성됐는데 현재 19억 원대에 머물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하락세가 이어지더니 5·10대책 이후 하락세가 더 가파른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매수세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3310건으로 2010년 9월(2411건)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도곡동의 W공인중개사의 한 관계자는 “요즘 가격이면 시세차익을 노리고 매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만한데 매수세는 전혀 없고 가격을 더 낮춰서라도 팔고 싶다는 매도 요청전화만 이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 원인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대책에 따른 실망감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병철 부동산114 팀장은 “총부채상환비율(DTI) 상향 조정이나 취득세 면제 등 매매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핵심 대책을 빼놓고서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 사태 심화로 촉발된 내수경기 침체 분위기로 투자심리가 한층 얼어붙었다는 분석도 있다. 반포의 스타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미 강남 아파트들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최저가보다 떨어지는 곳이 나오고 있다”며 “최근 경기불안에 대한 공포감이 더해져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부동산 대책#강남3구#재건축#강남랜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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