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기술고시-국토부 인연… 전생에 우린 친자매?”

  • Array
  • 입력 2012년 6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각자의 길 가다 30년 만에 재회… 김진숙-이화순 정책관의 ‘특별한 인연’

현대건설 입사동기에서 중앙부처 여성국장으로 다시 만난 국토해양부 이화순 기술안전정책관(왼쪽)과 김진숙 항만정책관이 1일 정부과천청사 사무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과천=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현대건설 입사동기에서 중앙부처 여성국장으로 다시 만난 국토해양부 이화순 기술안전정책관(왼쪽)과 김진숙 항만정책관이 1일 정부과천청사 사무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과천=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옛날에는 워낙 여성 직원이 적어서 서로 눈에 확 띄었죠. 인연이 계속 이어져 정부과천청사에서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롭네요.”

현대건설 대졸 여사원 공채 1기에서 기술고시 동기, 국토해양부의 ‘유이(唯二)한’ 여성 국장까지. 여성이 드물었던 건설현장과 공무원 사회에서 김진숙 국토해양부 항만정책관(52)과 이화순 기술안전정책관(51)의 인연은 참 특별하다. 두 사람은 “우리 점집에 가서 점 한 번 봐야 해. 전생에 친자매 아니었을까”라며 웃었다.

첫 인연은 현대건설에서 시작됐다. 1983년 인하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김 국장과 고려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이 국장은 그해 나란히 현대그룹 공채에 합격했다. 현대그룹 사상 첫 대졸 여사원 공채였다. 1000명 가까운 동기생 중에 여성은 30명. 김 국장은 “워낙 소수다보니 신입사원 연수원에서도 금방 눈에 띄었다”며 “현대건설로 함께 배치되어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에서의 인연은 길지 않았다. 김 국장은 1985년, 이 국장은 1986년 각각 회사를 떠났다. 김 국장은 “친하게 지내던 여직원이 ‘결혼하면 그만둬야 한다’는 사내 방침에 따라 회사를 떠나는 것을 보고 ‘오래 못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국장은 “오일쇼크로 중동에서 일감이 없어지자 남자 직원들이 대거 귀국했다”며 “어느 날 부장이 ‘미스 리, 현대종합목재로 옮기면 안 될까’라고 묻기에 회사를 나왔다”고 회상했다.

이 국장이 공무원이 되겠다고 결심한 것도 김 국장 때문이다. 사표를 내고 결혼을 한 뒤 이대로 사회생활을 끝내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국장은 “입사 동기들은 뭘 하나 알아보려고 김 국장을 만났다”며 “당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김 국장이 기출문제를 챙겨주는 등 많이 도와줘 나도 덩달아 공무원 준비 수험생활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악착같이 공부한 두 사람은 1987년 기술고시 23회로 나란히 공직에 입문했다. 행시 외시 기술고시를 통틀어 여자는 단 네 명이었다. 두 사람의 길은 다시 엇갈렸다. 김 국장은 건설부에서 터를 잡았다. 건설부 최초의 여성 사무관에 이어 2002년 건설교통부 건설안전과장으로 부처 내 첫 여성 과장이 됐다. 지난해 3월 기술안전정책관으로 승진하면서 기술고시 출신 여성공무원으로는 최초로 중앙부처 국장급에 올랐다.

이 국장은 내무부에 배치 받고 1년 뒤 경기도로 옮겨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기술심사·주택·건설안전본부 등 기술부서에서 잔뼈가 굵었다. 도내 첫 여성구청장(성남 수정구), 도내 첫 부단체장(의왕 부시장) 등 최초 기록도 여럿 세웠다. 주거대책본부장, 도시주택실장 등을 거치며 광교신도시, 뉴타운 등 굵직한 개발사업을 지휘했다.

둘의 인연은 올해 다시 이어졌다. 이 국장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일대일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국토부로 온 것. 김 국장이 항만정책관으로 옮아가면서 기술안전정책관 자리를 물려받았다. 두 사람은 “친구가 곁에 있어 업무협조도 잘되고 든든하다”며 “국토부에도 여자 후배들이 많이 생겼지만 본부에는 과장급 이상은 우리 둘밖에 없다. 여성 선발주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현대건설#기술고시#국토부#김진숙#이화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