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소비자 불편 뒷전 ‘한국의 날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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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경제부 기자
문병기 경제부 기자
“도대체 공정거래위원회가 뭘 시정하라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28일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몽골의 국영항공사 미아트 몽골항공의 인천∼울란바토르 직항 노선 독점에 담합 혐의를 적용해 시정명령을 내리자 대한항공 관계자는 강한 어조로 불만을 털어놨다. 대한항공은 배포한 해명 보도자료에서도 ‘(공정위의) 부적절한 인식’ ‘부적절한 처사’ 등 높은 수위의 표현을 써가며 공정위의 담합 혐의 적용에 반발했다.

대한항공은 취항 노선에 대한 결정권한이 없는 항공사에 공정위가 담합 혐의를 씌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인천∼울란바토르 직항 노선 단독 취항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국 국영항공사를 보호하려는 몽골 정부의 정책의지에 따른 것으로 대한항공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 역시 담합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과징금을 전혀 부과하지 않아 찜찜한 뒷맛을 남겼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고개를 쳐들고 목소리를 높일 만큼 떳떳한 위치에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한항공이 단독 취항하는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은 성수기인 여름만 되면 좌석 부족에 시달린다. 한국과 몽골을 오가는 여행객은 2003년 7만 명에서 지난해 23만 명으로 급증했지만 인천∼울란바토르 직항 노선의 정기편 운항횟수는 여전히 주 6회에 묶여 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10년 몽골 항공청 관료 20명에게 1600만 원어치의 제주도 항공권과 숙식비를 지원하는 등 2005년부터 몽골 정부 당국자에게 꾸준히 향응을 제공했다. 2005년 이후 열린 한국과 몽골의 항공회담에서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에 취항하는 항공사를 늘리려는 한국 정부의 시도가 번번이 좌절된 것에 비춰볼 때 대한항공이 독점적인 위치를 유지하려 여러 가지 시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로비 의혹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경쟁사들도 단독 취항하는 노선에 대해서는 다른 항공사의 진입을 방해하고 있다”며 “항공업계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이해해 달라”고 주장했다. 10년째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인천∼울란바토르 직항 노선을 항공 산업의 특성이 빚어낸 ‘관행’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비용 부담을 지우는 관행은 당장 버려야 할 구태이지 이해해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대한항공이 광고문구에서 자주 사용하는 ‘한국의 날개’나 ‘대표적인 국적(國籍) 항공사’로 대접을 받으려면 소비자를 먼저 배려하는 태도가 우선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문병기 경제부 기자 weappon@donga.com
#소비자#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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