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복지다 1부/미래형 직업을 찾아서]<5>美 기상산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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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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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를 알면 돈이 보인다”… 기업에 맞춤 기상정보 서비스

미국 오클라호마 주 노먼 시에 있는 국가기상센터 위험기상실험실에서 직원들이 각종 재해를 유발할 수 있는 날씨 정보를 점검하고 있다. 대학, 기업, 정부기관으로 이뤄진 기상산업 클러스터가 들어선 노먼 시에서는 1200여 명이 날씨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미국 국가기상센터 제공
미국 오클라호마 주 노먼 시에 있는 국가기상센터 위험기상실험실에서 직원들이 각종 재해를 유발할 수 있는 날씨 정보를 점검하고 있다. 대학, 기업, 정부기관으로 이뤄진 기상산업 클러스터가 들어선 노먼 시에서는 1200여 명이 날씨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미국 국가기상센터 제공
‘말꼬리가 마르면 날이 좋아지고, 말꼬리가 젖으면 비가 온다. 말꼬리가 안 보이면 허리케인이 온 것이고 말이 안 보이면 토네이도가 왔다는 뜻이다.’

말을 즐겨 키우는 미국 중남부 오클라호마 주에서는 날씨와 관련된 이런 속담이 있다. 영화 ‘트위스터’의 배경이 될 정도로 토네이도가 자주 발생하는 이곳 사람들은 기상예보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부터 ‘생존’을 위해 말꼬리 판별법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날씨를 예측하려 했다.

미국에서 오클라호마가 기상산업이 가장 발전한 지역이 된 것도 날씨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이달에도 어김없이 오클라호마 텍사스 주에는 토네이도가 발생해 큰 피해가 생겼지만 역설적으로 예측하기 힘든 기상현상은 지역주민들에게 많은 기상 관련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 날씨 기업 몰려드는 기상산업의 메카


10일 오클라호마 주 노먼 시에서 만난 날씨전문기업 WDT사(社)의 빌 콘웨이 부사장(52). 그도 어린 시절 변화무쌍한 기상현상을 경험하면서 날씨 전문가의 꿈을 키웠다. “뉴멕시코 주의 작은 마을에 살던 5세 때 하늘에서 주먹만 한 우박이 쏟아져 내리는 것을 멍하니 쳐다본 적이 있어요. 그때부터 기상현상에 매료되면서 날씨가 주 관심사가 됐고 오클라호마대에서 기상학을 전공하게 됐죠. 졸업 후 기상 관련 정부기관에서 일하다가 2000년 WDT 창립 멤버가 됐습니다.”

WDT는 토네이도, 낙뢰, 폭우 등 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기상현상을 지역별로 예측해 기업에 기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CNN, ABC, 폭스 등 주요 방송사에 기상 콘텐츠를 공급할 정도로 예보가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에게 실시간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 이 회사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하루 최대 4000만 명이 이용하는 최고 인기 상품이다. 회사가 커지면서 창립 당시 7명이던 직원은 70명으로 늘었다.

WDT가 노먼 시에서 창업한 것은 이곳에 미국의 유일한 기상산업 클러스터가 있기 때문이다. 오클라호마 기상산업 클러스터는 미국 기상학 연구 분야 1위로 꼽히는 오클라호마대, 미국 국가기상센터(NWC), 민간 기상업체 20여 곳 등이 모인 산관학(産官學) 협력체다. 2009년부터 한국의 기상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켄 크로퍼드 기상선진화추진단장도 오클라호마대 교수 출신이다.

노먼 시 기상클러스터에서 일하는 대학 교직원과 학생, 공무원, 민간회사 직원만 1200여 명에 이른다. 노먼 시에서 창업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노먼경제발전연합의 돈 우드 대표는 “대학은 기상 관련 우수인력을 제공하고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이들을 채용해 날씨산업을 발전시키면서 지역 전체가 기상산업의 메카가 됐다”며 “다른 주의 날씨 관련 기업 가운데 이곳으로 옮겨오려는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 기상산업은 일자리의 보고(寶庫)


한국과 달리 미국 방송사에서는 자격증이 있는 ‘기상통보관’만 예보를 할 수 있다. 오클라호마 주에만 날씨 예보를 위해 별도의 기상센터를 설치한 방송사가 5곳이며 15명의 기상통보관이 일한다. 가장 큰 기상센터를 보유한 ‘NEWS 9’ 방송사도 기상학을 전공한 5명의 기상통보관이 자체 생산한 예보를 뉴스로 전달한다.

존 스노 오클라호마대 기상학과 교수(67)는 “20년 전만 해도 미모의 여성 기상캐스터들이 날씨 예보를 했지만 기상예보의 전문성이 높아진 지금은 방송사들이 공인 자격증이 있는 기상통보관들을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노 교수는 “한국도 경제발전 수준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 전문성 있는 기상통보관이 더 많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기상통보관과 함께 ‘기상감정사’도 자격증이 필요한 직업이다. WDT에서 일하는 드와인 미첼 씨(44)는 기상감정사의 일을 이렇게 소개한다. “집 앞의 눈을 안 치워 지나가던 사람이 미끄러져 넘어져 다쳤습니다. 넘어진 사람이 집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법정 공방이 진행될 때 당시 그 지역 날씨와 적설 상태가 사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평가하는 일을 저 같은 전문가가 맡아서 하는 겁니다.”

기상감정사는 날씨가 특정 사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때문에 주로 날씨보험을 판매한 보험사나 보험사를 상대로 하는 소송대리인에게 고용된다. 최근 미첼 씨는 보험사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가을 텍사스 휴스턴을 강타한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입은 병원 건설현장을 조사해 과거의 날씨를 재현하는 분석작업을 했다.

미첼 씨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미국 전역에서도 700명 정도로 희소성이 높은 편이다. 기상감정사의 첫해 연봉은 약 4만 달러(약 4500만 원), 10년 이상 경력이 쌓이면 능력에 따라 10만 달러(약 1억1000만 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가 된다.

기상통보관과 기상감정사 등 전문직을 제외하고도 날씨 마케팅이 일반화된 미국에서는 유통, 패션, 제조업체 등에 소속된 날씨 전문가가 많다. 또 시카고 선물(先物)거래소를 중심으로 날씨 관련 파생상품들이 거래되면서 기상전문가의 금융부문 진출도 많아지고 있다. 스노 교수는 “글로벌 기업이 많아지면서 기상정보의 질적, 양적인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라며 “기상전문가가 진출하는 영역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美 기상산업 시장규모 작년 9조1000억원… 종사자 4만여 명 달해

미국의 기상산업은 1946년 민간 기상예보회사의 설립이 허용되면서 시작됐다.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80억3000만 달러(약 9조1000억 원), 종사자는 4만여 명에 이른다. 1980년대부터 매년 평균 5%씩 꾸준히 성장하다가 최근 기상이변이 늘어나면서 급팽창해, 지난해 시장규모가 2006년보다 4.5배로 커졌다. 종사자의 30%는 기상정보를 다루는 방송, 신문 등 미디어 분야에서 일한다. 나머지 인력은 대부분 기상관측기기, 기상연구, 기상컨설팅, 기상시스템 개발 등의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상이변 증가에 따라 날씨 금융상품을 활용한 위험관리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 수요, 곡물 작황 등에 수반하는 위험요인을 날씨 파생상품, 날씨 보험 등을 통해 분산하는 방식이다. 한국에는 없는 날씨 범죄수사컨설팅, 재해컨설팅 등 색다른 날씨 관련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노먼=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기상산업전문가#기상정보#기상산업#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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