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개발 後계약’ 등 SW 하도급 횡포 뿌리 뽑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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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내달까지 실태조사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중소기업 A사에 최근 한 대기업 B사와 진행했던 공동 프로젝트는 악몽이었다. A사는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핵심 기술 전부를 B사에 제공했다. 하지만 B사의 임원이 교체되면서 이 프로젝트는 몇 달 못 가 중단됐고, 3개월 뒤 B사는 A사의 기술을 도용한 신제품을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만연한 대기업들의 횡포를 뿌리 뽑기 위해 5월까지 불공정 하도급 거래 실태조사에 나서는 한편 소프트웨어 분야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공정위가 소프트웨어 하도급 거래 분야의 실태를 들여다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을 통해 소프트웨어 업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파악한 결과,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에 제대로 된 계약서도 주지 않고 거금이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먼저 개발하도록 하는 ‘선(先)개발 후(後)계약’ 관행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계약 전 미리 투입되는 금액 비중은 전체의 14.5%를 차지한다. 100억 원짜리 소프트웨어 개발의 경우 중소기업은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전에 14억5000만 원을 쓰는 셈인데, 이 중소기업이 계약을 따지 못하면 초기 개발에 들어가는 돈을 고스란히 날린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이 납품하는 소프트웨어 가격을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사례도 많다. 정부 보안시스템 구축사업 입찰에 참여한 한 대기업은 보안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에 5억 원의 하도급 거래를 약속하고, 시스템구축 제안서를 작성하도록 한 뒤 낙찰에 성공하자 하도급 거래 규모를 일방적으로 2억 원으로 줄이기도 했다.

시스템 구축 이후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하도급 대금을 1년 이상 지급하지 않거나, 소프트웨어 유지·보수에 필요하다며 핵심기술을 요구한 뒤 계약을 깨고 독자적으로 제품을 출시하는 사례도 있었다.

공정위는 실태조사 결과, 불공정 소지가 있는 업체에 대해서는 직권조사를 벌여 제재하는 한편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등 관계 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소프트웨어 분야 표준하도급계약서도 새로 마련할 계획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공정위#소프트웨어#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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