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감시 아닌 ‘기업 저격’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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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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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 결과의 파장에 대해 대기업과 경제단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록 반(反)기업 정서가 강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예상보다 적은 의석을 얻는 데 그쳤지만 그렇다고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 분위기가 바뀌지는 않을 걸로 본다는 의견이 많다.

한 대기업 임원은 “의석수와 관계없이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무섭다”고 얘기했다. “마음만 먹으면 의원 한 명이 기업을 괴롭힐 수 있죠. 국회에서 하는 발언 하나하나가 다 기사가 되잖아요.”

의원 한 명이 법을 만들어 통과시킬 수는 없어도 자극적인 비판을 쏟아내면 그것 자체로 기업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이 임원은 특히 “이른바 ‘저격수’들이 단순논리를 자극적으로 주장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슈를 만들고 자신의 인지도는 올라갈지 모르겠지만 문제 해결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19대 총선 당선자 중에는 ‘기업 저격수’로 이름난 사람이 몇 있다. ‘노동판’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는 평가를 받는 노동계 출신 당선자도 10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삼성 저격수’로 불렸던 박영선 의원이 언론인 출신이고, 경제학자 출신인 우제창 의원이 포스코 회장 선임 의혹을 집요하게 추궁했듯이 누가 기업 저격수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업 저격수들의 역할을 폄훼하려는 생각은 없다. 일부 대기업의 결정이 정치권 못지않게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그런 기업의 영향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데 동감한다. 개인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도덕 수준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정치적 반사이익을 노려 기업을 ‘두들겨 패는’ 의정활동은 이제 그만둬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동반성장이 한창 화두이던 지난해 8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GS그룹 회장이기도 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해외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참석했지만 온갖 야단을 맞았다. 의원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신봉하느냐”는 질문부터 “먹통이시구먼요”라는 발언까지 쏟아냈다.

장강명 산업부 기자
장강명 산업부 기자
몇몇은 속이 시원했을지 몰라도 그 장면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 같지 않다. 당시 자유선진당이 공식 논평을 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윽박질러 될 일인가”라고 개탄했을 정도였다. 19대 국회는 기업에 대해 ‘저격수’보다는 건강한 감시인, 비판자의 역할을 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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