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대 거래소 상무 “개미들, 선물-옵션시장엔 섣불리 뛰어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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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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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英 FOW 선정 ‘파생상품 세계 30인’ 김원대 거래소 상무

영국에서 발행되는 세계적 파생상품시장 전문지인 FOW(Futures & Options World)는 최근 30년간 세계 파생상품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30인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김원대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상무(53·사진)가 꼽혔다.

김 상무는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가진 동아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한국 파생시장이 외형은 커졌지만 건전한 투자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로 들렸다. 한국거래소가 2010년과 2011년 2년 연속 세계 파생상품 거래량 1위를 차지한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듯했다. 실제로 한국 파생시장은 투기판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그는 “부작용이 많고 적음을 떠나 파생상품 시장은 자본시장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생시장의 기능은 크게 가격발견, 위험회피(헤지), 차익투자로 나뉜다. 가격발견은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가 발생했을 때 이를 줄여 적정 가격을 결정하는 기능을 말한다. 미래 가격 급등락의 위험에 대비해 일종의 보험 가입인 헤지 기능도 중요하다. 김 상무는 “한국에서는 미래 가격에 베팅하는 차익투자가 지나치게 부각돼 비판을 받고 있지만 파생시장의 다른 긍정적 기능을 외면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FOW가 창간 30년을 맞아 선정한 이번 30인에는 아시아에서 김 상무를 포함해 세 명이 선정됐다. 앙스위티안 싱가포르 증권거래소 전 회장, 모기 야스오(茂木康夫) 일본 상품거래소 고문이다. 두 사람 모두 싱가포르와 일본에 파생시장을 정착시킨 인물들이다.

김 상무도 비슷하다. 선물(先物)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한국 주식시장에서 1991년 코스피200선물을 개발했다. 당시 그의 직급은 대리였다. 김 상무가 선물, 옵션 등 파생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법과 관련이 있다. 그의 전공이 법학이었고 파생시장 도입 당시 논란의 핵심은 증권거래법이었다.

그는 “증권거래법상 거래 대상은 유가증권인데 코스피200지수는 수치일 뿐 가치를 가진 권리는 아니었기 때문에 논란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결국 ‘코스피200지수를 유가증권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으로 1993년 증권거래법이 개정됐다. 이후 김 상무는 코스피200 선물시장, 코스피200 옵션시장, 돈육 선물시장, 석유거래소 등 각종 파생상품 시장의 탄생에 산파 역할을 했다.

그는 “파생시장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게 핵심인데 이 부분에서 개인은 기관에 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섣불리 선물, 옵션 시장에 뛰어들지 말라는 얘기다. 김 상무는 “무분별한 투자를 막는 게 내게 주어진 마지막 과제”라며 “이를 위해 투자자 교육에 주력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파생상품 연구센터 인력을 크게 확충했다. 대학, 기업, 일반 투자자 등 참가자가 10명 이상이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파생시장 교육을 해주고 있다. 그는 “파생시장을 이해하면 노후 대비를 포함해 넓은 의미의 경제 교육이 된다”며 “개인의 무리한 투자를 막는 시스템도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파생상품세계30인#개미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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