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동창 전화받고 하루아침에 1억 날릴 줄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3일 12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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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 100억원 증발시킨 ‘기획부동산’의 유혹

"고교 동창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통이 기획부동산 사기의 시작인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13일 대전에 사는 주부 최모(50) 씨는 몇 년 간 모은 쌈짓돈 1억원을 하루아침에 날린 심정에 대해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말로 대신했다.

서구 둔산동의 한 부동산 컨설팅에서 일한다는 동창의 전화 한 통만을 믿고 경기도 양평의 토지를 샀다는 최 씨는 "현장 확인을 하지 않았던 게 낭패의 원인"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믿을만한 친구에게 전화가 와 '나도 투자했다'며 권유하는 데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심지어 내게 전화해 준 동창도 수억원을 날린 피해자"라고 전했다.

이 기획부동산 사기의 '검은 손'에 걸려든 이들은 200여명에 현재까지 조사된 피해 금액만 100억원이 훌쩍 넘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부동산중개업 무자격자로 밝혀진 이들이 '분할등기' 방식으로 큰 이득을 올렸다고 밝혔다. 분할등기란 토지를 작은 규모로 자른 뒤 이를 나눠서 분양하는 방식.

관련법에 따르면 200㎡ 이상의 용지는 소유자가 원하면 매매용 등기 분할이 가능하다.

[채널A 영상] 날아간 ‘노후의 꿈’…부동산 사기범에 피해자 속출

사기범들은 특히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땅을 사들여 다시 잘게 잘랐다. 수많은 '맹지'(진입로가 없어 개발이 어려운 땅)를 만든 것이다.

이를 사람들에게 되파는 과정에서 3.3㎡당 10배 이상의 폭리를 취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획부동산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획부동산 업자들은 구획정리가 완료된 것 같은 도면을 만들어 보여주며 분할등기가 될 것처럼 매수자를 속인다"며 "신문에 광고지를 껴 넣어 사람들을 더 현혹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경우처럼 무자격자가 부동산 거래를 중개한 뒤 분양 후 사업장을 폐쇄하거나 법인을 바꾸면 피해 회복이 쉽지 않다.

국토부는 개발구역의 토지에 투자할 때 홈페이지의 토지이용규제정보시스템 등을 통해 토지 정보를 확인하거나 공적장부 등을 통해 개발할 수 있는 토지인지 먼저 열람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특히 토지를 공유지분으로 분리해 등기하는 경우에는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많다"며 "귀찮더라도 거액을 투자하는 만큼 계약할 때 소유관계를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 용의자들의 신원을 확보하고 출국 금지를 요청한 상태다.

또 자금을 세탁한 정황이 있는지 조사하는 한편 구체적인 피해 규모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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