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위험? 그럼 투자적기”… 부자들은 거꾸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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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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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사는 전업주부 정모 씨(53)는 올해 초부터 에르메스 등 유럽회사 주식을 해외주식투자 대행증권사에 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직접 투자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진행형’이라지만 중국의 대부호들이 해외 명품에 꾸준히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럽 명품주는 유망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게다가 주변에서 유럽을 위험하게 바라보는 이때야말로 투자의 적기라고 느꼈다. 정 씨는 프라이빗뱅커(PB)와 상의해 에르메스 외에도 재정위기 등으로 저평가된 유럽 주식들을 발 빠르게 사들였다.

최근 일부 자산가의 투자자금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상품에 쏠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씨앤케이(CNK) 다이아몬드 주가조작 사건 및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헐값 인수 의혹에 등장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지난해 주가 폭락으로 투자자를 울린 랩 어카운트, 재정위기의 진앙 유럽 등이 자산가들의 투자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 물론 많은 자산가는 ‘안전자산’을 선호하지만 ‘역발상’을 노린 일부 자산가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른 상품을 투자 바구니에 담고 있다.

○ 인지도 확 높아진 ‘BW’


최근 BW는 부정적인 정치, 경제뉴스에 자주 등장하면서 일반인에게 익숙해진 측면이 있다. 덩달아 공모형 BW시장은 지난해와 달리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STX조선해양과 경남기업이 실시한 BW 일반공모 청약 경쟁률은 각각 0.13 대 1, 0.56 대 1에 불과했다.

반면 올해는 투자자들의 돈이 몰리며 경쟁률이 껑충 뛰었다. 지난달 28일 마감된 STX팬오션의 2500억 원 규모 BW 공모에는 무려 5조3266억 원이 몰리면서 21.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에 앞서 지난달 17, 18일 진행된 마이스코 BW 공모도 성공을 거뒀다. 주관사인 유진투자증권은 이틀간 진행된 공모 중 국내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1그룹은 981억 원가량이 몰려 39.2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공모 BW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해당 기업들이 부실해질 소지가 낮아진 데다 웅진에너지 등 BW 투자 성공 사례가 투자자들 사이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상태 유진투자증권 파트장은 “언론에 BW가 자주 등장하면서 투자 측면에서 BW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 천덕꾸러기를 눈여겨본다


지난해 주가가 폭락하면서 수익률도 동반 추락해 ‘미운 오리새끼’가 됐던 랩어카운트에도 일부 자산가를 중심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삼성증권 측은 “고액 자산가들을 관리하는 SNI점포 위주로 랩어카운트에 연초 이후 2800억 원의 자금이 들어왔다”며 “증시가 꿈틀거리자 발 빠르게 포트폴리오의 일부라도 랩어카운트에 넣어야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증권사들은 이런 자산가들의 움직임에 발맞춰 하나의 계좌로 채권형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등 새로운 형태의 랩어카운트를 내놓고 있다.

유럽 주식과 채권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사모펀드를 포함한 전체 펀드의 유럽지역 투자 규모는 지난해 7월 말 5조4670억 원에서 주가가 폭락한 지난해 8월 말에는 5조7221억 원으로 되레 늘어났다. 11월 말에는 5조3613억 원으로 주춤했지만 올 들어 1월 말 현재 5조4264억 원으로 다시 상승했다. 배제규 삼성자산운용 상무는 “위기가 저가 매수의 기회라는 학습효과가 생겼다”며 “유럽 재정위기의 불안감이 고조될 때 유럽 주식이나 채권을 매력적이라고 판단하는 자산가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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