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장 ‘차이나 파워’ 어디까지 왔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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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6억 달러 ‘펑펑’
세계 명품 28% ‘싹쓸이’


‘명품 시장에서도 막강한 차이나 파워.’

중국 월간 신차이푸(新財富)는 최근호에서 중국의 명품 소비시장을 집중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중국의 명품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25% 성장한 126억 달러(약 14조2300억 원)에 이른다. 개인 항공기와 요트 자동차를 제외한 액수로 세계 명품 판매액의 28%를 차지한다고 세계명품협회(WLA)는 집계했다.

중국은 이미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명품시장이 됐다. 예상보다 1년 빠른 것이다.

중국의 명품 구매층은 유럽보다 15세, 미국보다는 25세나 젊은 것으로 파악됐다. 순자산이 100만 달러(약 11억3000만 원) 이상인 부유층 수는 세계 4위 정도에 그쳤지만, 많은 화이트칼라가 월급으로 명품을 사는 데 주저하지 않기 때문. 중국에서는 3∼5년 내 25∼30세 소비자가 명품시장의 주요 고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럭셔리 카 제조업체인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많은 차를 팔았다. 이를 바탕으로 롤스로이스는 ‘용의 해’를 맞아 중국인을 주로 겨냥한 모델(드래건 에디션 팬텀)을 중국에 출시했다. 이 차의 가격은 대당 14억∼18억 원에 이른다.

아직까지는 중국 명품 소비층의 주 쇼핑 품목은 옷 향수 시계 가죽제품 등 일반 명품이 주류를 차지한다. 화장품 브랜드인 에스티로더가 중국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 시 왕푸징(王府井)에 연 매장은 35m² 규모에 불과한데도 지난해 7600만 위안(약 13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뿐만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중국인이 명품 매장 앞에 장사진을 치면서 일반 명품을 싹쓸이하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반면 미국, 유럽의 명품 소비층은 고급주택 고급차 귀금속 등 최고급 명품을 주로 사고 있다.

중국 명품시장이 쑥쑥 커가자 세계 명품 브랜드들은 홍콩 증시에 속속 상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만 미국의 액세서리 브랜드 코치를 비롯해 3개 명품 업체가 홍콩에 상륙했다. 세계적인 주얼리 브랜드 그래프다이아몬드도 올해 상반기 홍콩에서 기업공개(IPO)를 할 예정이다. 홍콩을 통해 중국권에 지명도를 높이고 홍콩을 도약대로 삼아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한 고위인사는 “중국 소비자들은 엄청난 잠재력으로 중국을 세계 명품 브랜드의 각축장으로 만들고 있다”며 “홍콩 증시 상장은 중국을 홈그라운드로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중국인들은 명품 제조업체를 통째로 사고 있다. 유럽의 명품업체들이 금융위기로 휘청거리자 중국인들이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올해 1월 이탈리아의 호화 요트 제작업체인 페레티그룹의 지분을 75% 인수한 것도 중국 업체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 중국 업체 푸싱궈지(復星國際)는 그리스의 액세서리업체 폴리폴리에의 지분 9.5%를 인수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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