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유럽리스크 줄고 美경기 상승 기대감… 외국인들 “바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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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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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걷히자 신흥시장 중심 ‘리스크 테이킹’
프로그램 매매 위주로 시가총액 큰 주식 사


《한국 증시가 올해 상저하고(上低下高)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초부터 무섭게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말 1,800 선을 약간 넘었던 코스피는 어느덧 2,000 턱밑까지 올라왔다. 한국 증시를 가파르게 끌어올린 데에는 외국인투자가들의 영향이 컸다. 외국인들은 올해 1월에만 코스피시장에서 총 6조3060억 원을 쓸어 담으며 월간 순매수액 사상 최대금액을 갈아 치웠다. 상대적으로 외국인의 투자 비중이 높은 코스피시장 특성상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 ‘바이 코리아(Buy Korea)’에 나선 외국인들이 연초 어떤 주식을 쓸어 담았는지 살펴보면 앞으로 한국 증시 향방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경기 민감한 산업재 관련 업종 많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22개 업종 중 1월 중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업종은 운수장비로 총 1조3916억 원의 순매수를 나타냈다. 전기전자와 화학도 각각 1조2561억 원, 1조749억 원으로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상위 3개 업종을 합치면 전체 코스피시장 외국인 순매수액 6조3060억 원의 59%에 이른다. 이 외에 금융업과 철강금속도 6000억 원 이상의 순매수세를 보였다. 개별 종목별로 보면 중소형주가 빛을 발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대형주들이 외국인들의 높은 선택을 받았다. 현대중공업이 7536억 원으로 가장 큰 순매수액을 나타났고 하이닉스 5477억 원, 삼성전자 4225억 원, 포스코 411억 원 순이었다.

외국인들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리스크가 줄어들자 한국 등 신흥시장에 눈을 돌리며 서서히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주가 강세를 보인 것은 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외국인들의 프로그램 매매가 많았던 영향도 컸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월 외국인 순매수 중 80% 이상이 프로그램 매매인데 일반적으로 시가총액 최상위주 위주로 뿌려진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보면 다른 업종에 비해 주가 회복 속도가 더딘 업종을 많이 사들였다. 지난해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주가가 급락하기 이전인 지난해 8월 1일과 올해 1월 말을 비교했을 때 코스피는 약 90%까지 회복했다. 반면 외국인 순매수 상위에 분포한 업종들은 대부분 이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기전자 업종을 제외하고는 외국인의 집중 매수에도 불구하고 1월 말 기준 화학은 78%, 운수장비는 82%, 금융 84% 등으로 코스피 회복률보다 낮았다. 외국인들은 산술적으로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는 업종에 투자한 셈이다.

중국과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 상승 기대감도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외국인 투자가 많았던 운수장비, 화학, 철강 등은 대표적으로 경기 상황에 민감한 업종들이다. 최석원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내수 부양에 힘쓰자 ‘차이나 특수’를 누릴 수 있는 업종에 관심을 가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작정 ‘외국인 따라가기’는 금물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를 이끄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은 다소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외국인 순매수 금액이 5조 원을 넘어섰던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그 다음 달부터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바 있다. 최 센터장은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보고 들어왔다면 이후에도 같은 주식에 투자하라는 보장이 없다”며 “외국인 매수세는 이어지더라도 투자 패턴이나 강도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1월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 대부분이 해당 기업의 실적 개선 등 펀더멘털(기초여건)을 고려해 들어온 것이 아니라 단순 차익을 노리고 들어왔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미 어느 정도 상승한 만큼 추가적인 투자가 줄어들 수 있고 9일 옵션만기일에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2월에는 유럽 등에서 전해올 변수가 많은 편”이라며 “당분간 추가 변수와 외국인 투자 추이를 좀 더 지켜본 뒤 결정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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