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기름 찾아’ 장사진… 인근 주유소 울상

  • Array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용인 ‘알뜰주유소 1호점’ 개점 20여일… 현장 가보니

17일 오후 알뜰주유소는 주유하려는 차량들로 붐볐다(위). 하지만 인근 주유소들은 썰렁한 모습이었다. 인근 주유소 업주들은 “매출이 급감했다”고 하소연했다. 용인=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7일 오후 알뜰주유소는 주유하려는 차량들로 붐볐다(위). 하지만 인근 주유소들은 썰렁한 모습이었다. 인근 주유소 업주들은 “매출이 급감했다”고 하소연했다. 용인=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기름 좀 빨리 넣어 주세요.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17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마평동의 국도 42호선에 자리 잡은 알뜰주유소 1호점. 중년 여성이 셀프 주유를 하는 방법을 몰라 허둥거리자 뒤쪽으로 줄을 선 자동차들이 연신 ‘빵, 빵’ 경음기를 눌러대며 짜증을 내고 있었다.

출근 시간이 지난 오전 10시경이지만 ‘휘발유 1889원, 경유 1735원’이라는 푯말을 보고 몰려든 자동차들로 알뜰주유소 4대의 셀프 주유기에는 차량들이 북적였다. 마평동 평균가격보다 기름값이 L당 100원가량 싸다 보니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것이다.

김호영 경동 알뜰주유소 1호점 소장은 “하루 평균 1000여 대, 금요일과 토요일처럼 차량 통행이 많은 날은 1500대까지도 온다”며 “조만간 주유소를 24시간 운영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 정부의 ‘시장 개입’ 효과 나타나


알뜰주유소 1호점은 정부와 정유업계의 갈등 속에서 지난해 12월 29일 가까스로 문을 열었다. 에너지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1월 초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고 발언한 이후 치솟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주유소의 장부를 뒤지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실패하자 사실상 직접 주유소를 연 것이다.

개점 20여 일 만에 찾은 알뜰주요소 1호점은 일단 정부가 의도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알뜰주유소가 낮은 가격으로 기름을 공급하자 주변 주유소들도 덩달아 기름값을 낮추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알뜰주유소 1km 반경에 있는 주유소의 휘발유 값은 마평동 평균(L당 1971원)보다 50원 정도 낮다. 인근 주유소의 한 사장은 “알뜰주유소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 L당 15원가량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자영업자 퇴출 위기도


알뜰주유소 1호점에서는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알뜰주유소가 메이저 정유사가 아닌 자가폴 주유소의 이익만을 줄여 자영업자들만 피해를 보게 되는 부작용을 우려한다.

알뜰주유소 1호점 근처의 한 자가폴 주유소 측은 “정부는 메이저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을 낮추게 해 전체 가격을 끌어내리려 했다지만 현재까지 정유사들은 공급가를 낮추지 않고 있다”며 “알뜰주유소 개장 이후에 매출이 30%나 급감해 주유소를 매각하려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유업계의 관계자들은 정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다. 1호점의 경우 에너지기업인 경동이 사회공헌 및 다른 사업으로의 영역 확대를 위해 이익을 최소화하면서 가격을 낮췄다. 하지만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농협 주유소와 자영업자인 자가폴들은 사회공헌 차원이 아니기 때문에 1호점보다는 많은 마진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자가폴 사업자들이 충분히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면 시내 중심지에서 벗어나 있는 알뜰주유소를 찾아오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을 것이므로 경쟁을 유도해 가격을 내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인=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김슬기 인턴기자 숙명여대 경영학과 4학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