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인기에 소사육 9년새 2배로… “공급과잉 4, 5년 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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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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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값 폭락 원인과 대책

지난해 초 구제역 도살처분 당시 축산농가들은 “자식을 땅에 묻는 심정”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런 ‘자식 같은 소’에게 먹이조차 제대로 주지 못하는 축산농가가 많아지고 있다. 소 사육 마릿수가 적정치를 훨씬 넘는 공급과잉으로 소 값이 뚝 떨어진 데다 사료 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소 값 하락의 근본 원인이 공급과잉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우리나라의 적정 소 사육 마릿수는 250만 마리 남짓인데, 실제 사육 마릿수는 305만 마리(2011년 6월 기준)를 넘어서 공급이 55만 마리나 많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몇 년간 국내 농가들이 너도나도 소 키우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008년 ‘원산지 표시제’가 도입되면서 ‘국내산’ 한우의 인기가 높아졌다. 2008년 마리당 평균 520만 원이었던 수소 1마리 평균 가격이 2009년 610만 원으로 훌쩍 뛰어올랐을 정도. 소 값이 오르자 농민들은 소 사육 규모를 늘려 2002년 141만 마리에 그쳤던 국내 소 사육 마릿수가 지난해 6월 2배가 넘는 305만 마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 가운데 송아지를 낳을 수 있는 암소는 140만 마리에 달해 지난 한 해에만 95만 마리의 송아지가 태어났다.

권찬호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관은 “지금 태어난 송아지들은 3년 뒤 도축 시장에 풀리기 때문에 앞으로 4, 5년간은 공급과잉과 낮은 소 값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 사육 비용의 30∼40%를 차지하는 사료 값은 1년 새 30%나 폭등해 축산농가들의 경영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옥수수 등 사료 원료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최근 국제 곡물가격이 오르면서 사료 값이 매년 뛰고 있다. 덴마크 등 축산 선진국의 경우 소 한 마리를 키울 때마다 의무적으로 초지(풀밭) 1ha를 확보하도록 해 국제 곡물가의 영향을 덜 받지만 초지가 없어 풀을 먹일 수 없는 국내 농가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600억 원의 사료 구매 지원금을 확보하고 16개 사료 품목에 0% 관세 혜택을 줘 경영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농민들은 “여기에 만족할 수 없다”며 “소 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수매제를 시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4일 “정부 차원의 수매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관련 예산도 없는 데다 수매를 하더라도 소비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소 값 하락의 근본 문제는 공급과잉”이라며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암소의 수를 줄이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올해 30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암소를 도태(도축)시킨 농가에 마리당 30만∼50만 원의 장려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정부와 농협은 또 올해 설 명절 동안 한우 선물세트 5만 개를 시중보다 최대 38% 싼 값에 시장에 풀어 소비를 유도한 뒤 설 이후에도 208억 원을 투입해 한우 암소 고기를 연중 할인 판매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기획재정부 및 국방부와 군납용 고기를 국내산 쇠고기로 대체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군인들이 먹는 돼지고기와 수입 쇠고기 물량을 국내산 육우로 돌려 소비를 늘려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정부는 비용 문제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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