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경영학 관점에서 본 3대 세습… “어리고 짧고 뚝 떨어진 리더, 최악의 승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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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을 이끌게 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지도력은 아직 검증된 적이 없다. 후계자 수업 기간은 턱없이 짧았고 29세의 청년이 국가를 지휘하는 전문성을 갖췄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게다가 김정은을 보좌하고 가르칠 군과 당의 핵심세력은 이미 노쇠했다. 경영학적 관점에서 보면 김정은은 ‘최악의 승계 케이스’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 기업 같으면 얼마 안 가 딱 망하기 좋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
기업이든 국가든 리더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잘나가는 애플도 예외는 아니다. 애플은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기 두 달 전인 8월에야 후임인 팀 쿡의 후계구도를 확실히 했을 만큼 뒤늦게 후계자를 선택했다. 잡스의 타계로 애플의 리더십 위기에 대한 루머가 간간이 흘러나오는 건 이렇듯 리더십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GE의 전설적인 CEO 잭 웰치는 은퇴를 9년 남겨둔 시점의 인터뷰에서 “매일 누구를 후계자로 정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웰치는 후보군 24명 중에서 최종적으로 현 CEO인 제프리 이멜트를 선발했다. 선발 작업에만 6년 반이 걸렸다.

일반 기업과 독재국가인 북한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김정은은 여러 면에서 최악의 승계 케이스다. 우선 김정은은 지난해 9월이 돼서야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공식화될 만큼 후계자 수업 기간(약 1년 3개월)이 길지 않았다. 만약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됐던 2008년 이후부터 후계 수업을 받았다고 해도 기껏해야 3년밖에 되지 않는다. 1974년부터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1994년까지 20년 동안 후계 수업을 받은 김정일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기업에서 차기 CEO는 경쟁을 거쳐 선발되는 반면 김정은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세습이 됐기 때문에 리더십에 대한 검증이 전혀 돼 있지 않다. 한마디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후계자’인 셈이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도 단점이다. 리더에게는 전문성도 필요한데 29세 청년이 국가 통치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후계자가 어리면 주인이 있는 기업에서는 보통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는데 김정은은 고모부인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65)을 비롯해 전문경영인 후보들의 나이가 많다는 점이 큰 약점이다. 나이 많은 보좌진이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얼마나 혁신적인 방식으로 김정은을 교육할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승계 계획(Succession Plan)’ 때문에 김정은 체제는 오래가지 못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배성오 수석연구원은 “어느 세력이나 개인이 될지는 모르지만 경영학적인 관점에서는 누군가가 김정은의 자리를 뺏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후계 작업을 해놓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기업은 많다. 디즈니는 1966년 창업자인 월트 디즈니 사망 후 리더십 공백으로 경영 정상화에 20년이 걸렸으며 소니도 모리타 아키오(盛田昭夫) 창업자가 1999년 사망한 후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은 오랜 시간을 두고 후계자군을 구성해 따로 관리한다. 후보 선수들이 벤치에 앉는다는 점에서 착안해 후계군은 ‘벤치리스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들은 경쟁을 통해 CEO가 되지만 김정은은 어리고 경험도 적고 경쟁을 해본 적이 없다. 김정은 체제가 연착륙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가 많은 건 이 때문이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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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계계획(Succession Plan) ::


리더십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의 요직에 갈 후임자를 미리 선정하고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활동을 말하는 경영학 용어. 단순히 후임자를 정해 놓았다가 전임자를 대신해 직책을 맡게 하는 대체계획(Replacement Plan)과는 다른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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